노란색 선풍기가 망가졌다. 제멋대로 움직이다 고정대가 튀어 나가 버렸다. 어쩜 성질도 주인 같니.
그 고정대는 선풍기 바닥에 초승달 같은 흔적을 남겼다. 그 면을 볼 때마다 쌍둥이 달이 떴네, 하고 생각한다.
이런 얇고도 얇은 사물도 자신을 남기는데, 적어도 천하지 않은 내가 글을 쓰는 것이 괜찮게 느껴진다.
고장난 그것을 버리지 않고 테이블 타이를 끼워 다시 사용한다. 나는 가만히 바라 보고, 친구가 고정을 시켜 주었다.
나를 망가친 채 놔두지 않고 누군가 곁에서 마음을 계속 내 주었다. 그들에게 고맙고, 아직은 잘 돌아가는
그 물체에게서 위안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