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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편린

by 이매송이

1.

이용 당한 줄 알았으나 사실은 사용되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제서야 나는 이별을 실감했다.

그의 그릇에 담긴 물은 모두 메말라 버렸다.

너무 자주 써서 생긴 일일까?

아니 언젠가는 바닥을 보였을 거야.

슬픈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말자.

그저 울 수 있음에 감사 하자.

이유없이 사랑했고 이유 없이 헤어진다. 세상에 대부분의 일은 그렇게 흘러간다.

마르면 다른 우물을 찾아 채우고, 또 그 물이 마르면 어딘가로 가야 하겠지.

2.

갑자기 그가 보고 싶어 졌다.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다정하게 매만지던 손길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기꺼이 보내 준다던 사람.

도시락을 싸서 매번 내 끼니를 챙겨 준 그가 보고 싶다.

그의 자취방, 연희동의

반지하가 그립다.

3.

나를 왜 끊었을까? 무슨 의미일까?

나는 우리가 좋은 친구로 남을 줄 알았어.

그런데 그러지 못하는 관계인 사이.

누군가는 인연으로 남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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