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담배를 피러 집 앞에 나오면 유리창이 잔뜩 깨져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빌라가 보인다. 재개발이
예정돼 있지만 버티고 있는 노인들이 사는 곳이다. 그
중 한 집은 하루종일 불을 킨 채 창문을 열고 텔레비전을 큰 소리로 틀어 놓는다.
때론 불쾌하고 가끔은 의아했다. 외로움이 사람을 저렇게 만드는 것인가 생각하곤 했다. 창밖으로 메리야스만 입은 나이 많은 남자가 나를 쳐다 보고 있을까 걱정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어두운 날이 많아졌다. 혹시라도 큰 일을 당한 게 아닌지 걱정되어 경찰에 신고 할까 고민 하다가도, 용기 없는 내 마음 때문에 주저하고 말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다시 불이 켜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텔레비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심 하면서도 혹시 밀린 공과금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요 며칠 그 집 아니 그 방은 어둠 속에 있다.
동네를 지나다 보면 ‘걱정되는 이웃을 살펴 보라.’ 는문구가 적혀 있다. 오늘도 112에 신고 해야 하나 싶었지만, 결국 돌아서 집으로 들어왔다. 혹시 나의 소심함이 119가 오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면 어쩌나, 지금이라도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나, 아니면 모른 채 잠에 들어야 하나 이런 저런 속마음이 머릿속에 맴돈다.
내가 사는 곳에서 두 번의 죽음이 있었다. 맨 위층에 살던 건물주 할머니, 몇 달째 관리금을 못 내던 지하실에 어느 이. 시체냄새 라고 의심 했던 것이 실제였다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놀라기보다는 슬픔에 휩싸였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행동 하지 않는 것으로 나의 행동을 결정 했다. 후회 하게 될까? 나는 진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맞을까? 무엇이 두렵고 무엇이 무서운 것일까? 이럴 시간에 버튼을 눌러야 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