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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이십 팔일

by 이매송이

사람들은 섬세함과 예민함이 같은 것이라고 치부하지만 사실은 제법 다르다. 나는 예민하지만 섬세하지 않다. 그래서 결국엔 소설을 포기하고, 시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어떤 친구의 진심을 들었다. 사실 나는 모두가 친구 같다가도 아무도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십 대 중반에 알게된 사실이 있다. 내가 아무리 좋아해도 상대방은 날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연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정의 문제로써 말이다. 또한 모든 관계는 각자의 속도가 있다는 것, 주위에 많은 자들을 잃으며 깨닫게 되었다.

삼 십대를 지나며 나는 최대한 담백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 했다. 먼저 다가가는 일을 줄이고 다가오는 이에게만 마음을 다하는 것, 일희일비 하지 않는 것 등등…


내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과 자라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일치하지 않을 때 참 괴롭다. 예민해서 내 아픔은 쉽게 드러나면서 섬세하지 못해 타인의 말은 여전히 듣지 못했다.

나는 ‘이게 비밀이야.’ 라고 말해 주면 절대로 입밖으로 내지 않는다. 그러나 누가 봐도 비밀인 사실을 말해 주지 않으면 여기저기 흩뿌리고 다닌다. 독립적이라고 말 하면서도 혼자 있는 걸 매우 두려워 한다. 그래서 오늘도 상처를 주고 받은 것 같다.


내가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 잠은 어차피 오지 않는 것이므로 당신에게 대신 갔으면 좋겠다. 나의 행복이 당신에게 먼저 들렀다 오면 좋겠다. 나는 아픈 걸 잘 참으니까 당신이 덜 괴로웠으면 좋겠다. 이 문장들을 끝으로 일기를 마쳐야 겠다. 6월 28일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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