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일하러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정류장은 버스가 3대 밖에 오지 않아서 의자도 작고 사람도 드물다. 오늘따라 햇볕이 따뜻해 그 나무 위에 앉았다. 옆에 계신 그 노인은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모르게 차분한 얼굴로 쉬고 계신 듯 했다. 내가 탈 버스가 와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갑자기 나를 불렀다. 정확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택시를 잡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행선지가 걸어서 채 5분도 안 되는 곳이었다. 내가 사는 곳 맞은편에 있는 임대 아파트였다. 택시가 잡힐 리 만무 했다. 할아버지의 자식이 깔아 주었는지, 복지사가 알려 주었는지 모를 카카오 T를 보여 주며 아파트와 동을 계속 반복해서 말씀 하셨다. 액정 속 활자가 커서 실제라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휴대폰은 터치가 되지 않았고, 나는 그냥 내 폰으로 택시를 불러 드렸다.
의외로 곧바로 콜이 잡혔다. 이렇게 가까운 곳을 택시를 타야만 갈 수 있다면 몸이 불편한 분이 아닐까 하고 기사분이 오신 거라 생각했다. 금세 택시가 왔고, 할아버지를 부축해 좌석에 태웠다. 그리고 돈은 제 카드에서 빠져 나가니 내리실 때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 드렸다. 잘 안 들리시는지 반응이 없었다. 기사님께는 아프신 분이니 입구가 아니라 동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당부를 전했다. 비록 탈 버스는 놓쳤지만, 다음 차가 금방 왔고 나는 지각을 하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다.
2) 저번 주 금요일 출근길에는 차를 타지 않았다. 버스가 20분이 남았는데, 내 발로도 그 만큼이 걸려서 그냥 산책하듯, 오랜만에 동네를 구경하며 걸었다. 일터 가까이에 수제 햄버거 집이 있는데 입구에 턱이 있어 한쪽엔 사선으로 길을 낸 곳이었다. 그런데 재료를 나무로 써서 바퀴가 올라가기 너무 힘들어 보였다. 오히려 아주 작은 계단이 잔뜩 모여 있는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계셨을까, 지팡이를 진 할아버지와 휠체어를 타고 있는 할머니가 올랐다가 내려가고 또 올리고 반복하고 계셨다. 바구니 속에는 시리얼이 가득했다. "햄버거 드시려고요?" 하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휠체어를 끌고,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진 채 그 가게의 입구에 섰다. 밀지 않고 문을 당긴 다음 할머니 먼저 그 다음 할아버지를 들어가시게 했다. 감사하다고 하셨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니어서 인 듯하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을 권리가 있고, 가고 싶은 곳을 갈 권리가 있다. 누군가 조금만 도와 주면 할 수 있고, 모두가 외면하면 너무 어려운 일이 된다. 그 두 노인은 내 도움이 없이도 더디지만 햄버거를 드실 수 있었을 거다. 가려고 마음 먹은 사람이 포기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나는 유전 상 흰머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70대가 되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고 싶다. 저분들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