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역시였다. 나는 늘 실패하는 사랑을 한다. 과거에 지는 사랑을 하거나, 모두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의 공간에 나 보다 그녀의 흔적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굳이 찾아 보지 않았다면 몰랐겠지만, 나는 진실을 알고 고통 받는 쪽이 맞다고 생각 한다.
나는 그를 늘 기다렸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예민한 심정의 사람이니까… 어려웠고, 늘 눈치를 봤다. 하고 싶은 말을 양껏 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른 편지 속 그는 반대의 사람이었다. 늘 상대를 기다리고 바다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안 했다. 당신을 잘 알지 못 한다고 생각했지만 내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줄 시간이 없었다. 처음 깊은 얘기를 하던 그 날, 그 하루 보다도 적었다. 내가 진짜 알고 싶었던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이건 아닌데,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몇 번이나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눈을 꼭 감고 다시 엑셀로 발을 옮겼다. 거짓말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거의 매일 들었지만 불안한 내 주행은 여전했다.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사랑 받기 위해 사랑하니까 누구로부터 진실된 사랑을 받을 자격이 못 된다. 사진 속 그와 그녀는 매우 행복해 보였고, 내 옆에 그는 시들어만 갔다.
바빠서, 일이 힘들어서 그런 거라는 말을 믿고 싶었다. 나는 그래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여러 번의 연애 끝에 알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아직 당신의 답변을 듣지 못했으니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왜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는지. 까먹었다는 뻔한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내가 맞든 틀리든 그가 스스로의 마음을 똑바로 보고 대답을 해 주길 바란다.
구걸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불안한 것은 사랑이 아니다. 포기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슬픈 것은 사랑이다. 화가 나는 것은 사랑이다. 말을 하는 것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