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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폭력

by 이매송이

폭력적인 사람이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폭력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취하는 폭력은 슬픔으로 순화하면서 저 멀리 있는 타인의 폭력에 분노하는 모습이 타당한가?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랑에 취해 미처 다른 사랑을 보지 못할 수는 있어도, 다른 이의 사랑에 관해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다.’는 참견이 아닌 단순한 이야기를 말한다.


그렇다면 폭력은? 사랑의 반의어가 폭력은 아니다. 그러나 폭력이 있는 사랑은 존재하지 않고, 사랑 안에 폭력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폭력적인 인간은 사랑할 수 없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사랑을 찾아 헤매기 전에, 내 안의 폭력이 주위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 지를 먼저 살펴 보면 좋겠다. 사랑이 뭔지 몰라서 당신이 폭력적인 게 아니다. 비폭력은 교육으로, 이론적으로 학습될 수 없다.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법을 배움으로만 이뤄낼 수 없다. 나와 타인을 동등하게 바라 볼 때 시작 된다.


사실 이 모든 이야기는 모순적인 한 인간에게서 시작 되었다. 사랑을 알고 싶지도 않으면서 찾아 헤매고, 사랑을 해 본 적 없으면서 했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 폭력은 본인 안에 있으면서 수시로 타인에게서 폭력을 느낀다고 착각하는 자. 폭력을 배제하는 방식은 오롯이 대화이며 그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맹신하는 자.


그의 침몰이 보인다. 잘 가라고 인사할 수는 있겠지.

속죄하는 마음으로 어둔 바닷 속 밑으로 가라 앉아, 언젠가는 깨닫는 무언가가 있기를 바란다. 그것이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호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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