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갑자기 눈물이 났다. 흐르는 줄 알았는데 왈칵 쏟아져 내렸다. 병원을 다닌 지가 1년이 넘어가는데 난 아직도 일주일 마다 진료를 받는다. 약의 개수는 점점 늘어가서 매일 36알 이상의 알약을 먹어야 한다. 체력으로 연기로 버텼던 20대가 그립기도 하면서, 차라리 그때 빨리 치료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나는 감성에 젖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부분이 있을 뿐이다. 유전적인 질병과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성정 그리고 자라면서 겪은 학대로 인한 후유증로 나뉜다. 그래서 그 세가지를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내가 억울한 것은 어떤 이들처럼 내버려 두거나 즐기거나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닌데도 차도가 더딘 이 상황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잃게 되는 사람들이다. 최근에 헤어진 애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매송이는 사랑보다 케어가 필요한 것 같다고, 자긴 자신이 없다고, 행복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사람을 찾는 게 좋겠다고. 처음엔 그도 아픈 기억들을 함께 지워 나가자고 했었다. 그러나 아주 금세 달아나 버렸다. 나의 십 몇 년의 역사를 아는 친구들도 내 최악의 상황을 보더니 얼렁뚱땅 도망가 버렸다. 그 덕에 글은 잘 써졌으나 신춘문예도 떨어졌다. 나는 이겨내고 살아가려고 하는데, 죽고 싶은 만큼 살 의지가 있는 인간인데 왜 나아지지를 않을까. 너무 조금씩 아물고 빠르게 무너진다.
오늘 친구가 '넌 사람으로 치유하려고 해. 그러지 말고 혼자 해결해 봐.' 라고 말했다. 그게 가능할까. 사람을 사랑해서 글을 쓰는 사람인 나에게 가당키나 한 소리일까. 사람과 사랑이 구분도 안 되는 게 이매송이인데 내가 혹시 부담이 되는 존재일까. 그렇다면 당장 우주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다.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타인에게서 발견하려고 하니 상대가 당황할 수 있다. 친구든 애인이든. 그러나 나는 티를 내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상대방이 그걸 알아차렸을 때 솔직하게 말을 해 준다. 그리고 이겨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얼마 전부터는 이 앙금은 내 안에서 어느정도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 죽어도 보기 싫었던 생물학적 부모와 조금의 소통을 하고 있다. 그들이 나에게 화내도 울고 아주 조금의 호의를 보여도 울지만 그것은 둘의 화를 돋을 뿐이다.
나는 사랑하고 싶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그러나 내 가슴 속 돌기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나를 떠나는 이가 생길 리가 없지 않은가. 인연은 5년 주기로 바뀐다는데 그 말을 되새겨 봐도 위로가 되진 않는다. 나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은 필사적으로 막는다. 누군 정이 많다고 하고 또 누군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고, 착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난 그냥 사랑이 사라지는 게 싫을 뿐이다. 내 안에서 발견한 사랑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여기, 저기, 거기에서 발견한 다양한 모습과 온도의 불들을 다 간직해서 내 마음 속에 넣어 두고 싶다. 나는 시체니까, 차가우니까 그들을 통해서만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랑둥이의 곁에 서면 내게서는 썪는 냄새가 난다. 대가를 바라고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배의 사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기뻐서 운다. 그럼 아닌 게 아니지 않은가.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마쳐야 겠다. 말을 너무 많이 했고, 쓸데없는 말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