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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하고 싶은 당신

by 이매송이

새롭게 사귄 친구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냐고 물었다. 고작 2주 동안 보고 알 순 없지만, 때로는 아무 것도 모를 때 느낄 수 있는 점들도 있다.

치열하게 산다고 하더라. 치열. 기세나 세력 따위가 불길 같이 맹렬하다. 경쟁, 저항에 어울릴 법한 단어. 내게는 폭력적으로 들리는, 피해자가 있을 것 같은 낱말. 언젠가 좋아했지만 헤어진 전 애인에게 연락해, ‘오빠, 오빠는 내 어디가 좋았어?’ 라고 물으니, ‘음, 넌 모든 게 열심이었어. 사랑도 그렇고.’ 라는 말을 했다. 또 지나간 한 인연은 ‘혜진 씨가 회의를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혼자 치열한데, 그때 첫눈에 반했어요.’

나는 흐르고 싶고, 틀마다 바뀌고 싶고, 미지근 하고 싶다. 누구나 발을 담구어 쉬다 가고, 오랜 시간 젖어 있어도 땀이 나지 않는 그런 존재 말이다.

나를 사랑한 그와 그녀들은 모두 열정/치열/열심 따위로 이매송이라는 실재를 치환했다. 그냥 살고 싶어도 그게 안 되는 인간일까, 아니면 나를 쓰게 하는 세상의, 감당할 만큼의, 꾸준한, 시련일까. 해 내야지, 이 말을 뱉기 까지 얼마나 많은 딱지들이 내 몸 전체를 감쌌는지 당신은 아는가.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나는 너무 궁금하다. 그들의 눈동자, 콧바람, 걸음걸이, 외출하는 시간대, 머리 가르마의 방향….. 나는 당신들을 알고 싶다. 사유의 방향이 내 심장을 향하는 만큼 그대들을 해체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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