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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이라면 이런 마지막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을 거야

by 이매송이


S는 나무 같은 식물이 좋다고 했다. 넓고 좁은 이파리들을 가꾸는 그의 모습을 알고 있다. 숨은 달팽이의 껍질을 따순 물로 섬섬하게 씻겨 주는 것도 같은 모양으로 보인다. 그가 꽃다발을 선물해 주고 싶다는 말에 싫다고, 그 돈으로 실용적인 물건을 사달라 말했다.

꽃박람회에서 쨍하고 번지는 꽃들을 보며 반짝이는 눈을 숨길 수 없었다. ‘매송이는 꽃을 좋아하는구나.’ 實用, 실질적인 쓸모라는 뜻의 이 말에 따르면 꽃은 내게 그 어떤 것 보다 소용있다. 아름다움을 찾고 간직하는 사람으로서. 그러나 죽어가는 꽃잎들을 바라보는 일이 힘들어 애써 멀리 한다.

나는 아가, 아이들, 미성년이 좋다. 누구든 못내 반갑다. 그들은 내가 주는 사랑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해 준다. 얼굴에 떠오른 미소나 울음에는 악의가 없다.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더 말하고 싶어할 뿐이다.

그래서 키울 수 없다. 뿌리가 잘린 꽃봉오리를 볼 수 없는 마음과 같다. 너무 소중하면 낯을 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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