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도 중반의 1호선은 지금과 달리 매표소에서 지하철 표를 구매했다.어느해 여름, 나는 인천 주안역에서 서울로 가기 위해 매표소를 찿았다. 그날은 표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 줄이 구불구불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나도 줄 맨끄트머리에서 기다리게 되었다.무료하고 아까운 시간이다. 지금처럼 휴대폰이 있는것도 아니다.나는 이런저런 잡념으로 시간을 때우며 자동적으로 조금씩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길고 지루한 시간동안 이생각 저생각하며 서있던 나의 머리속은 어느새 많은 생각들로 가득해서 그곳에 서있는 목적까지 망각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줄의 흐름에 몸을 맡긴채 서서히 매표소를 향해 다가가다 매표소 앞에 도달 했으나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서 있었다. "어디요?"정신없이 바쁜 매표소 아저씨가 큰 소리로 물었다. 큰소리에 놀라 얼떨떨 해진 나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화가난 아저씨가 "어디냐구요?" 라며 더 큰소리로 다그쳐 물었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당황한 나는 빨리 대답하려 했지만 "저기,저기"만 연발할뿐 말이 나오질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저기, 저 ~ 동대문이요"라고 말했다. 아저씨가 건네준 티켓과 거스름돈을 받아들고 걸어가며 엉뚱하게 동대문이라 말해버린 내가 한심스러웠다.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지하철에 올랐다. 신도림 역에서 내려 에스커레이터를 타기 위해 사람들 뒤에서 기다렸다. 기다리며 보니 에스커레이터가 두대인데 사람들이 한쪽만 이용하며 혼잡하기 이를데 없었다.사람들이 왜 저러지 양쪽을 사용하면 될텐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나는 빈줄의 에스컬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헛디딘 느낌이 들고 공중제비 돌듯하여 자동적으로 껑충껑충 제자리뛰기를 했다. 몇번의 뜀뛰기를 하다 내리면서 상황 파악이 되었다. 너무 창피하고 민망했다.주안역에서 너무 놀라 나의 생각의 회로가 경직되고 꼬인 건가, 난감하기 이를데 없었다.그많은 사람들 앞에서 별나라에서 온 사람이 촌극을 벌인 꼴이 되버렸다..겨우 돌아서 걸으려는데 중학생쯤 되보이는 소년이 제갈길도 못가고 나를보며 배를 쥐고 곧 쓰러질듯 웃어대고 있었다. 어찌어찌 지하철을 탔으나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지하철이 음직이기 시작하자 어이없는 상황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미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웃음이 미어져 나오는 전후의 일들을 생각하니 어이가 없고 참으려할수록 웃음이 걷잡을수 없을만큼 부풀어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영락없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의 형국이다. 하는수 없이 다음 정거장에서 내렸다. 플랫폼 의자에 앉아 누가 보거나 말거나 한참동안 폭소를 멈출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