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만,
그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 한 TV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여러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나와서 인터뷰를 하는 프로그램인데,
어제는 성악을 하면서 이탈리아 가정식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부부가 출연했다.
남편은 식당을 운영하는 동시에 섭외가 들어오면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하는 성악가이다.
인터뷰에서 왜 전문 성악가의 길을 가지 않았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이에 그는 '가족을 부양할만한 벌이가 되지 않아서'라고 답했고,
본인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을까 고민하다
이탈리아 유학시절 여러 지방에서 먹었었던 음식들이 떠올라
'그것을 만들어서 팔아보자'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이탈리아 가정식 식당을 개업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10년간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했고 모든 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유학을 가게 된 계기는 당시 아내의 권유에 있었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오페라의 본 고장 이탈리아에 가서 남편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 했다.
결혼자금 2천만 원을 어렵게 모아 출발했으나 유학생활을 하기엔 너무 적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로마에 가서 한국 관광객들 상대로 가이드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를 듣고
무작정 떠나게 된다.
이탈리아에 도착하고 몇 주 뒤 집에 강도가 들게 되고 가지고 있던 돈의 대부분을 빼앗긴다.
그는 아내에게 귀국의 의사를 보였지만, 아내는 적극적으로 만류했다.
그 당시 남편은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차석으로 합격하게 되고
아내의 도움으로 본격적인 유학생활을 하게 된다.
산타 체칠리아는 공부량이 많기로 유명한데, 평일에는 무대학, 음악사 등 수업이 꽉 차 있고,
주말에는 레슨을 받아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 나질 않았다.
그때 손재주가 있었던 아내는 유학생들 상대로 파마나 염색을 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집세와 생활비를 벌었는데,
일을 무리하게 하다가 파마약에 중독되어 쓰러지면서 응급실에 실려가게 된다.
이에 그는
'당장 사는 게 우선이니 공부를 그만두고 돈을 먼저 벌어야겠다'라고 결심하고 관광가이드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틈이 레슨도 받고 수많은 콩쿠르에 출전도 하고 입상도 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지켜나갔다.
담당교수는 차석인 그가 왜 학교에 나오지 않는지 궁금하게 여겼고,
그러던 어느 날 관광가이드를 하던 중 교수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관광객들을 버려두고 도망을 치게 되는데,
그렇게 한참을 도망가다가 웃프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타국에서 생계를 지켜야 하는 자신의 상황이 웃프게 느껴졌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에겐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는데,
밀라노의 유명한 오페라극장인 라 스칼라 극장에 가이드를 하러 갔다가
한국인의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고 극장을 만지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꿈을 꾸던 누군가는 공연을,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자신은 결국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고 있다는 현실이 비참하고 처연해서
기둥을 붙잡고 눈물을 쏟았다며 당시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그는 가이드 일을 할 때 '무대에 서고 싶다' '노래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와 그녀는 귀국하기 2년 전 이탈리아에서 한인민박을 했는데,
민박에서의 일은 대부분 아내가 맡았다.
남편의 유학생활의 마무리를 돕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아내는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고 30대를 살아가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사람(남편)의 인생이 정말 노래하기를 원하는데,
노래로 끝까지 노래만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는 없을까?'
라는 고민을 하며 그가 온전히 노래에 집중할 수 없는 현실을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남편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꿈을 뒤로한 채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지만
자신의 꿈을 지켜준 아내 때문에 그리고 그 마음을 지금까지 간직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사람들은 아내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
이에 그녀는 '가족이 꾸는 꿈이 나의 꿈이다'라고 답한다.
남편은 인터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좇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이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것도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맹목적인 사랑 자체가 아름답다고 말하며, 인터뷰는 끝이 난다.
그에겐 꿈이 있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꿈을 좇으며 동시에 사랑하는 이들도 지켜냈다.
단순히 보면 완벽하고 아름다운 서사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그를 믿고 자신의 꿈처럼 그의 꿈을 지키고 존중해준 아내의 도움이 있었다.
훌륭한 동반자들 덕분에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었고 자신들의 행복을 지킬 수 있었다.
인터뷰를 다 보고 난 후 문득 저런 게 아름다운 인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반자라는 건 서로에게 기적 같은 존재이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게 보인다.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과제물을 완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숙제가 있다면
아마 훌륭한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그리고 만약 훌륭한 동반자를 만났다면 그것이 세상이 주는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훗 날 서로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의 행운이고 축복이 된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