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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가 아니라, ‘아이’입니다

어른들의 말이 아이의 정체성을 만든다.

by 서다움

교사다움은 낙인을 지우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컨설팅을 위해 한 어린이집 7세반 교실에 들어섰다.

아이들은 조용히 식사를 하고 있었다.


“와, 너무 멋지다. 참 의젓하구나.”

내가 칭찬을 건넸더니, 한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저는 멋지지 않아요. 저는 문제아예요.


그 말에 아이들 대부분이 웃으며 장단을 맞췄다.

“맞아요, 민준이는 문제아예요!”

깔깔 웃는 소리 속,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교사가 “민준아” 하고 무표정하게 부르자,

아이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들었다.

‘문제아로 낙인찍는 건 과연 누구일까?’


“뛰지 마!”

“올라가면 안 돼!”

“그거 친구 거야. 뺏으면 안 돼!”


이런 말들이 반복되며, 민준이는

‘뛰는 아이, 올라가는 아이, 뺏는 아이’가 되어갔다.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문제로 여겨지는 아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건,

어른들의 언어가 만들어 낸 모습이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벌을 서는 건 아닐까?(14년 전 우리딸)


내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과연 어땠는가.


교사다움은 행동의 ‘의미’를 읽는 데서 시작된다.


“빨리 가고 싶었구나.”

“높은 곳에 올라가 창밖이 보고 싶었나 보네.”

“친구 장난감이 갖고 싶었구나.”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아이는 ‘문제아’가 아닌, 욕구가 있는 한 명의 '아이'가 된다.


컨설턴트로서 나는 오늘도 교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 아이의 말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셨나요?”


나는 교사들에게 말한다.


“낙인이 아니라, 공감의 언어를 선택하는 교사가

진짜 교사다운 교사입니다.”


교사다움은 ‘문제아’라는 낙인을 지우는 언어에서 시작된다.



※ 본 사례는 특정 시설과 무관한 일반적인 사례이며, 원아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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