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썼다고 그만둔다는 것인가
묵직한 브람스를 택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커피포트 물 끓는 소리를 뭉개기에 충분했으니까
커튼을 쳐 암막을 만들고
무직베라인 골든홀에 자리를 얻었다
암 덩어리를 제거하듯 핀셋으로 치부를 도려낼 생각을 하다
사과를 깎은 과도로 브람스를 해부했다
소파 아래로 굴러 떨어진 간 덩이를 찾으려다
무거운 허리 덕에 포기했다, 잘한 일이다
움직이는 순간 후회는 시작되니까
커튼 뒤에 숨은 저격수가 브람스를 조준했다
방아쇠를 당긴 순간 머리 위의 사과가 천정으로 폭발했다
레퀴엠이 죽음의 승리를 찬양하고 있었다
미소진 영혼이 배꼽을 잡고 바닥을 굴렀다
브람스를 뒤집어 비플렛 단조로 갔다
비극이 승리 위에 올라타 포트 속 물을 식히고 있었다
그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냉정해서 좋았다
무언가를 듣는 순간 슬픔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