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바 씨_요코하마

내 여행 생활

by 아츠브로

요코하마에 갔을 때 시를 읽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나바씨가 물었다.

"하이쿠 시인 중에 아는 사람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바쇼를 좋아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바쇼의 하이쿠 중 하나는 이것이다.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이 가을 저녁


그 시를 읽던 가을 나는 일기에 적었다.


길을 가는데

누가 나를 불렀다

그쪽을 한참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줄을 지어 날아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아니다

이건 뭔가

소리는 없고

간절한 느낌만 있다

누가 나를 이렇게

애타게 부르나

웃고서

가던 길 간다


이 세상 어딘가

간절한 내 부름에 답하느라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는

사람 있을 것이다


좋은 시는 한 편의 시를 쓰게 한다. 그런 점에서도 바쇼의 시는 나에게 좋은 시다.


며칠 후 도쿄에 볼 일이 있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그가 물어왔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으므로 그의 차에 올랐다. 도쿄는 한 시간이 되지 않는 거리였다.

“근데 어딜 가는 거죠?”

“친척을 좀 만나러 갑니다.”

그가 차를 세우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거기엔 ‘바쇼’라고 적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바쇼 기념관’이었다. 내가 놀라자 그가 말했다.

“바쇼는 우리 조상입니다.”

“그런데 어제는 왜 말하지 않았죠?”

“자랑이라고 할 만한 이야기는 스스로 하지 않는 편입니다. 바쇼를 안다고 해서 무척 놀랐습니다. 그래서 여기 데리고 온 것입니다.”

바쇼 기념관을 구경한 후 뒤편에 있는 강을 따라 걸었다. 군데군데 하이쿠 비석이 서 있었다. 그로부터 하이쿠 시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쇼는 매우 발걸음이 빨랐던 사람입니다. 닌자가 아니었을까 하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바쇼보다 잇싸를 더 좋아합니다. 잇싸는 어머니의 고향 사람이지요. 그는 복잡한 사람입니다.”

“뭐가 복잡하다는 거죠?”

“결혼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중 한 번의 결혼을 알고 있다. 무척이나 어린 여자와 결혼을 했다. 그녀를 얼마나 귀여워했는지 알 수 있는 하이쿠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대체로 불행한 사람이었다. 자식을 잃었고 말년에 살던 집이 불타기도 했다.

이 건 그가 남긴 하이쿠인데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벼룩, 너에게도 밤은 역시 길겠지

밤은 무척 외로울 거야


여전히 일본에는 하이쿠가 살아 있다고 한다. 새해가 되면 친한 사람들끼리 하이쿠가 적힌 엽서를 보내고 있다. 바쇼에 대해 집안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더 없냐고 물었다.

“바쇼가 살았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기념관이 서 있지만 사실 바쇼가 정확히 어디서 살았는지는 잘 모릅니다. 닌자들은 언제나 잠자리를 옮겨 다녔고 잇싸처럼 그의 집이 불에 탄 적이 있습니다. 바쇼의 삶에 대해선 미스터리한 부분이 많은데 바쇼를 위해서나 우리를 위해서 미스터리한 삶이 오히려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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