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남았는가

침전 인생

by 정하안

2025.07.13


무언가가 가득 침전되어 있는 일상. 어떻게든 원인을 찾기 위해 내 자신을 계속해서 파헤치는 나날들.

무엇 하나 명쾌하게 건져지는 것 없이 의미 없는 뜰채질만 반복하게 되는 때가 있다.


주먹이라도 있는 힘껏 쥐어 내게 주어진 1인분의 삶을 흘리지 않기 위해 그저 그렇게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고이고이 쌓아온 내 장점마저 희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지독한 상실감이다.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가는데, 나는 뼈와 가죽만 남아 있는 것 같은 불쾌한 기분.


어느 순간 나의 모든 모습이 미워 보인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노라 생각했건만, 내게 이토록 많은 후회가 있었구나.

이 또한 나의 어리석은 확신이었다.


나는 매우 느린 속도로 계속해서 탈피를 거쳤다.

잊고자 했던 것, 버리고자 했던 것들을 그 자리에 잘 두고 왔다고 믿었건만

바닥을 칠 때가 되어서야 그것들은 아무 예고 없이 다시 등장해 나에게 예의라는 걸 갖추지 않는다.


나의 모든 선택이, 나의 인생이 통째로 부정당하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심장은 짓눌려 어딘가에 깔려 있는 것 같고, 몸은 가루가 되어 공중에 흩뿌려지는 것만 같다.


결국 지금의 나는, 많은 것을 저버리고 만들어낸 선택들로 만들어진 존재다.

그래서 나는 그 삶에 만족하고 있는가. 지금 나는 성공한 사람인가. 내게 무엇이 남았는가.

무엇 하나 대답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진다.


더 강해지기라도 했으면 이런 꼴은 보지 않았을 텐데.

어째서 더 나약해진 것만 같다. 나이를 먹으면 강해진다고, 누가 그랬나. 그게 정말 사실인가?

애석하게 넓어진 시야는 오히려 머리만 더 아프게 한다.


다른 사람들은 뭐든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뭐가 그리 벅차다고 이토록 숨이 막혀 있는지 모르겠다.

내 꼴을 보고 있자니, 관에 들어갈 때까지 갈대처럼 흔들리는 삶을 살아낼 것만 같다.


또렷한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마치 멋지고 화려한 마술쇼를 보는 기분.

마술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길래 나 또한 내 선택으로 이토록 흔들리며 살아왔건만

그저 자신감만 가지고 편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겠다고 괜히 생각해 본다.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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