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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벌써 2년?남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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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들deux맘
Jun 19. 2024
기록적 폭설에 저 '오름직한' 동산을 향해
밴쿠버에서 집이나 직장을 구하거나 중고거래를
할 때
Craiglist나 Kijiji라는 웹사이트를
이용한다.
우리는 이사 나갈 날짜를 정하고 집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렌트매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2년 전 1600불에 들어온 이곳의 렌트비가 조금씩 올라 1680불이 되었다.
그 수준에서 살 집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1800불 정도까지 올려서 매물을 찾아보기로 했다.
아이들도 클 만큼 컸으니 함께 의견을 나눴다.
엄마를 닮아 욕조목욕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욕조가 꼭 있어야 했다.
사실상 가장 큰 조건은
층
간소음의
고충을 피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려면 최근에 지어진
2700불에 달하는
고층콘도 밖에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우
리는 버리는 돈에
그 정도의 금액을
매 달
지불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매물 리스트에 올라온 집을 보러 다녔다.
아이들 학교와 내 직장과의 위치도 중요했다.
1800불의 방 2개 반지하 집
깨끗했고 아늑함이 느껴졌다.
중국인
주인도
참
친절해 보였다.
그러나 위
치가 좋지 않았고 여름물놀이 용품들을 보관할 창고조차 없어서 아쉬웠다.
2000불의 방 2개 1층 집
정원이 웬만한
Park정도의 크기였다.
Furnished여서 이사 올 때 지금 가구를 다 정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2년 살다 한국 가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정적 하자!
욕조와 세면대가 없는 말도 안 되는 화장실구조였다.
큰 아이는 이 집을 본 후로
절대 이 집에서는 살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반대하는 큰아이가 참 고마웠다.
여차하면
욕조는 고사하고
세면대 없는 화장실에서 2년을 살 뻔했다.
2100불 방 2개 1층 집
내 직장 근처 새로 신축한 건물로 깨끗하고 좋았지만
1층 을 두 개로 나누어 벽간소음이 불 보듯 뻔했다.
총 5개 정도의 매물을 보고도 결정을 하지 못했던 우리는 조금은 조급해졌다.
우연히 craiglist 올라온 매물
소개가 특이하다.
2000불 방 2개
quit basement
seldom lives upstairs
quit은 quiet의 오타 같았고
위층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기 위해 당장 문자로 연락을 해 보았고 그 집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답변이 왔다.
집주인은 중국에 있는데 마지막으로
잠깐
온 것이 4년 전이었고
코로나 이후로는
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끔 UBC에 다니는
딸이
하루 이틀 머물지만
결론적으로는 위층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았다.
퇴근 후 아이들과 함께 그 집을 보러 갔다.
코퀴틀람에 위치한 Burke mountain이라는 지역
반지하라고 했지만 walkout basement
즉 1층 하우스였다.
정원도 가라지도 주인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대로 쓸 수 있었다.
우리는 매니저에게 재차 물었다.
"정말 위층에 아무도 살지 않나요?"
믿을 수 없는 이 조건을 우리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6가지가 넘는 서류들을 다음 날 바로 준비해 지원했다.
8명 정도의 사람들이 집을 보았다고 했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고
내가 일하는 데이케어 오너에게 매니저가 전화를 해서 기본사항들을 체크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느낌이 왔다.
그렇게 우리는 이 비싼 밴쿠버 땅에서 우리 가족만 단독으로 사는 하우스를 구하게 되었다.
계약금(월세의 반액)을 보내고서도 불안했던 우리는
예전에 내 셀핍 수업을 들었던 아줌마 학생- 지금은 realtor로 일하는 분의 조언을 구했다.
한국의 등기부등본처럼 집주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우리는 계약서 상의 이름과 실제 집주인의 이름이 같음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층간소음 고충의 굴레로 어쩔 수 없이 빠져들어야 하는 줄만 알았는데
단독하우스라니!!
역시 우리 주님이 예비해 주셨다! 를
외치며
우리는
그저
기뻐하고
감사했다.
밴쿠버는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다.
일 년에 한두 번 눈이 내리기는 하지만
눈이 자주 내리지 않는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제설 자체에 예산이 많이 잡히지 않는다.
다시 말해
폭설이 내려도 즉시
제설은
불가능하다.
제설
자체에 책정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밴쿠버 시민들도 다 그러려니 하며 산다.
폭설이 내려도 다음날 출근이 전혀 지장이 없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첫 해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학교도 직장도 다 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가족들과
펑펑 내리는 눈과 함께
동심으로 돌아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가족의 이삿날이 다가왔다.
이사 당일
거짓말처럼 폭설이 내렸다.
심지어 예보상의 눈보다 훨씬 더 많이 내렸다.
짐은 이미 다 싸 놓은 상태이고
심지어 이사 당일 해 먹을 저녁메뉴는 이미 이사 갈 집 냉장고에 옮겨 놓았다.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폭설을 맞닥뜨렸다.
이삿짐 회사에서 아침 일찍 연락이 왔다.
한파로 이사트럭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출발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급기야는 유홀 트럭을 빌려 올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리는 본격적인 이사준비를 시작했다.
(유홀은 개인이 손쉽게 빌릴 수 있는 화물트럭이다. 소형트럭부터 대형까지 다양하다. 트럭을 빌려와 사용 후 기름을 넣고 반납하면 된다. 교회 집사님은 유홀트럭으로 밴쿠버에서 LA까지 이사를 하셨다.)
폭설로 학교 등교가 취소되었다는 교육청의 이메일에 애들까지 합세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 3학년인 아들들이 힘자랑을 해 보지만
결국 일이 두 배가 되었다.
우리의 계획은
이사 당일
아이들은 학교에서
나는 직장에서
온전하고 평안한 하루를 보낸 뒤
남편과 이삿짐 직원들이 이사를 다 마치면
아이들은 하교
나는 퇴근하여
이사 간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행복하게 해 먹을 예정이었다.
걸리적 걸리다 다칠 위험이 있는 아이들은 작은방에 넣어놓고 나오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였다.
그렇게 이삿짐 직원 두 명 그리고 남편과 나
우리 넷은 폭설이 내리는 가운데 이사를 시작했다.
교회 집사님들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사모님 이 폭설에 이사가 가능한가요?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뼛속까지 F인 나는
"이 폭설에 이사를 하다니 정말 추억이네요! 정말 낭만적이에요!"
라며 답장했다.
실제로 그랬다.
층간소음을 드디어 벗어나 '우리만' 사는 단독주택으로
간다는 것이
우리에겐 가장 큰 기쁨이었으며
이 폭설 중에도 우리가 이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 느꼈다.
아이들과 나는 연신
"우와!! 눈 좀 봐!! 언제까지 오는 거야 대체! 너무 재밌다!"를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며 굳게 믿었다.
우리 넷은 손발이 척척 맞았다.
심지어 애들까지 말을 잘 들었다.
실전에 강한 너희들
역시 내 아들들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적지 않은 짐을 모두 싸고 출발만을 남겨두었다.
우리가 이사 갈 곳은 코퀴틀람의 버크마운틴 지역이다.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조금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 동네이다.
이사 전 날 저녁부터 쌓인 눈이 약 39cm가 되었다.
매년 기록을 경신하는 폭설이다
우리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 함께
신나게
눈썰매
타는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BGM 삼으며
애증 섞인 이사를 시작했다.
이사 직전 인터넷 설치 기사가 1시간 후면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분명히 1시 예약이었는데 11시에 도착한다니
인터넷회사의 예약 실수였지만 이사만 잘 끝낸다면
12시 전에 이사 및 인터넷 설치까지 완료하는
밴쿠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예상 밖의
빠름과
완벽함을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유홀은 유홀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움직였다.
작년 폭설 때 이미 병원 퇴근길에 이미 우리는 한번 크게 경험했던지라 두렵진 않았다.
내가 근무하던 병원은 Austin ave에 위치해 있는데
그곳 역시 언덕길을 올라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캐나다 폭설을 처음 경험해 본 우리는 그날 저녁 퇴근길
밴쿠버의 모든 차가
길 위에 고장 난 장난감자동차처럼
서있거나
미끄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내 차는 이미 글렀으니 잘 굴러가는
당신 차나
갈 길 가시오. 내가
돕겠소!"
라는 마음으로 사람들은 하나가 되어 우리 차를 뒤에서 힘껏 밀어주었다.
그날
우리는
차로
15분
거리를
3시간이
걸려
집에
도착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이삿짐을 싸고
정든 patricia ave와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우리는
새집으로 향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과 함께
그저 차만 안 멈추기를 바라며 액셀을 밟았다.
정들었던 Patricia ave 아듀!!
100미터도 가지 못해서 차가 멈췄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순백의 미를 자랑할 뿐
지나가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뒤에서
밀어보고
나는 엑셀을 힘껏 밟아보지만
애석하게도
바퀴만 헛돈다.
아이들은 작년에 한번 경험해
보아서인지
많이
걱정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역시 경험은 성장하게 한다.
5분 정도가 지났을까?
아까 이미 지나갔던 한 픽업트럭이 후진을 해서 조심히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울컥했다.
역시 작년에 경험했던 것처럼
'
밴쿠버
폭설엔 다인종 국가 밴쿠버도 모두 한민족 한마음이 된다'는 기억을 되새기며
로컬청년 둘의 도움을 기쁘게 받았다.
그렇게 다시 힘을 내어 우리는 마지막 관문 '언덕' 앞에 도착했다.
멈추지만 않으면 언덕을 오를 수 있다.
앞에 차가 온다고 주저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우리에게 2번의 기회는 없다.
성공이다.
그렇게
우리는
저기 '오름직한' 동산
에 위치한
Gislason ave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에
여전히 펑펑 내리는 눈과 함께
안전히 착지했다.
새 보금자리 Gislason ave
인터넷 기사분은 이미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저 건너편 언덕에서는 우리의 짐을 실은 유홀 트럭이
매끄럽게 언덕을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Because He Lives
!!
I
can Face Tomorrow!!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
우리는 할렐루야를 외치며 차에서 내렸다.
다시 아이들을 새 집 작은 방으로 몰아넣고
환상의
이사
짝꿍 우리 넷은
다시 하나가 되어 열심히 이삿짐을 내렸다.
어찌나 신이 나던지 온몸이 새털같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나의 민첩함과
남편의 빠른 판단력이
합쳐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
오후 4시가 되기도 전에
모든 이삿짐을 정리하고 깨끗한 우리 집을 맞이했다.
한참을 시끄럽게 이사를 해도
기뻐 뛰며 찬양을 샤우팅해도
아이들이 우당탕탕 뛰어다녀도
위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위층에는
정말 아무도 살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나 자유 얻었네!
너 자유 얻었네!
우리 자유 얻었네!
찬양이 절로 나왔다.
춤과 거리가 먼 내가
자꾸 춤을
추게 된다.
우리는 2년 만에 드디어 층간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니 한국생활을 포함 9년 만에
처음이자 마지막일
층간소음에 자유하며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게다가 단독하우스라니!
집주인이 살지 않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렌트계약서에는 조금 특별한 계약조항이 있다.
정원관리와
눈이 오면 집 앞 눈을 꼭 쓸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39cm 폭설로 정원은 아직 구경도 못해봤지만
집 앞 눈 쓸기에 우리 가족 모두 기쁨으로 동참했다.
눈을 쓸며 옆집 이웃과 사랑스러운 개 Burke도 만났다.
Burke mountain의 그 Burke라는 옆집 개
그래 다 엄마아빠몫이지 아이들은 본업에 충실!
감사하며 살았더니
감격하며 살았더니
인내하며 살았더니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
오름직한 동산
Burke mountain
Gislason ave
평생 잊지 못할 우리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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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밴쿠버
이사
Brunch Book
밴쿠버, 벌써 2년?남은 2년!
05
차 조심이 아니라 곰 조심!!
06
층간소음의 새로운 장(場)을 열다
07
기록적 폭설에 저 '오름직한' 동산을 향해
08
비싼 밴쿠버 땅에서 집주인 체험하기
09
FAQ- 여보, 내일은 뭐 먹지?
밴쿠버, 벌써 2년?남은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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