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희영의 장편소설 '소금아이'
지난주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 코퀴틀람이란 도시에 있는 공립도서관에서 무심코 골라온 책 들 중 하나였다.
밴쿠버 도서관에서는 대출카드만 만들면 한 번에 100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유로 올 때마다 큰 고심 없이 손에 집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수십 권의 책을 빌려간다.
운 좋게도 NEW라는 스티커가 붙은 한국 소설 '신작' 소금아이가 내 눈에 띄었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얼마 전 연재를 마친 내 브런치북 '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희영 소설가는 '소금아이'를 쓴 후 이 원고를 절대 출간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다고 한다.
이수와 세아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본인의 컴퓨터 저장폴더에서 꺼내어 만나고 싶다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나 역시 그랬다.
'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는 내 평생 마음속에만 담고 싶었다.
하지만 자꾸만 엇갈리는 그 아이와 내가, 그리고 평생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날 옥죄어왔다.
참회하고 싶었고 내 온마음을 다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소금아이의 이수와 세아든, 2010년 10월 그날의 이야기의 도연이든 세상에 내보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프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낸들 크게 유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금아이는 세상에 출간되었고, 내 마음속에 평생 간직하고 싶던 '2010년 10월의 이야기'도 모든 것이 빠짐없이 기록되었고 발행되었다.
이수의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이수에게 준 용돈봉투에 있던 투박한 글씨의 편지를 읽고 나는 오열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며 마음이 놓였다.
이수가 속한 사회가 이수에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말하면 응당 치르면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삶이다.
이수가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평범한 삶'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평범하게 잠이 들어, 평범한 다음 날을 맞이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한 반복되는 삶. 거기에 조금 여유가 있다면, 감사까지 곁들여지면 금상첨화인 그러한 삶을 사는 것.'
바로 그것이다.
소금아이의 이수와 세아도
2010년 10월의 이야기의 도연도
부디, 제발 이러한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힘겨워도 오늘의 한 문장
애써 숨기고 싶어도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드러나니 더 명료해지고 심지어 희망적이기까지 하다.
조금의 용기와 결단, 그것이 필요한 전부다.
내 삶의 엑셀은 계속 밟아져야 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