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용인특례시 시민소통관 채용, 그 자격을 묻는다

- “면접은 했지만, 선발은 실패했다”

“지원하신 직무가 어떤 건지 알고 계십니까? 공문에 뭐라고 나와 있습니까?”


이 한마디가 응시자를 낙담하게 만들었다. 지난 8월 6일, 용인시 시민소통관(개방형 직위) 면접장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면접관의 질문은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 면접 질문의 핵심은 '시설 관련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는가'였지만, 채용공고 어디에도 해당 직무에 ‘시설 관련 전공’이나 ‘토목 민원 경력’을 요구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격요건은 정책기획, 민원, 시민소통, 갈등관리 경험 중심으로 명시돼 있었고, 평가 항목 또한 전문가적 역량, 전략적 리더십, 조직관리 및 협상 능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위원은 응시자를 마치 공고조차 읽지 않은 사람처럼 몰아세웠고, 면접장은 응시자의 역량을 끌어내기보다는 자격을 시험하는 공간으로 변질됐다. 이처럼 공고문과 무관한 질문이 응시자를 위축시키고 모멸감을 안긴 상황은 단순한 착오나 말실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는 행정기관의 채용 시스템 전반, 특히 면접 설계와 위촉 구조의 허술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용인시는 2024년 시민소통관을 공개 채용한 바 있으며, 이번 2025년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재공모에 들어간 것이다. 임용기간이 2년이고 실적에 따라 최장 5년까지 연장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개방형 직위는 1~2년 내 퇴직하는 사례가 일반화되고 있으며, 용인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떠나는가? 단순한 개인의 적응 실패로 돌리기엔 반복되는 퇴사의 원인이 너무 명백하다.

용인시청 본관으로 들어가는 입구


첫째, 개방형 직위는 시장 직속의 고강도 업무를 맡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없는 자리에 가깝다. 시민소통관은 시정 민원의 최일선에 서서 집단 민원, SNS 민원, 시민 협치 사업 등 다층적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예산 권한, 부서 간 조율 권한은 미미하고, 내부 행정 체계에서의 발언력도 제한적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재에게 책임만 전가되고 지원은 따르지 않는 구조에서, 누가 오래 버틸 수 있겠는가.


둘째, 공직사회 내부에는 “고된 일은 외부 전문가에게, 승진 코스는 내부 공무원에게”라는 구조적 편견이 작동하고 있다. ‘개방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오히려 불안정한 지위를 안은 채 힘든 민원 업무만 전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히 단단하게 유지되고, 외부인은 구조 바깥에서 방황하게 된다.

셋째, 면접의 절차와 구조가 비전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면접관의 질문은 직무 내용과 어긋났고, 일부 질문은 응시자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는 단지 개인의 태도 문제가 아니라, 면접 위촉과 운영 방식의 구조적 결함이다. 필자는 인사혁신처의 면접전문가 양성과정을 두 차례 이수했고, 다수의 공공기관에서 인사담당자와 면접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보건대, 면접은 단순히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아니라, 사람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지자체에서 면접전문가 양성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순환형 인사부서 실무자를 면접위원으로 위촉하고 있으며, 공직자 출신 또는 지역대학 교수라는 이유만으로도 검증 없이 위촉이 이뤄지고 있다. 평가받는 자리에는 훈련된 사람이 서야 한다. 질문을 던지는 자의 자격이, 선발된 사람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용인시 채용담당자는 “앞으로는 면접위원에게 공고문과 직무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이번에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고백에 가깝다. 반복되는 오류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인사위원회는 왜 이런 면접을 설계했는지, 왜 전문성 없는 위원을 위촉했는지 답해야 한다. 나아가 시장은 이 인사 시스템이 자신의 시정을 얼마나 무겁게 만들고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시민소통관과 같은 고난도의 정책 현장 직위는 단지 ‘버티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과 ‘지지할 수 있는 권한’이 함께 주어질 때 그 효과를 발휘한다. 필요한 자리라면, 직급을 격상하거나, 현직 중에서도 경력 있는 공무원을 전략 배치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에게 책임만 떠넘기고 돌아서서는, 또다시 1년 후 채용 공고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현인을 잃는 것은 임금의 잘못이다(賢人失之 君之過也).”

이제는 묻는다. 면접은 했지만, 선발에 실패한 이 책임은 누구의 것인가?

‘적임자’를 찾으려 했다면, 질문을 던진 자의 자격부터 물었어야 했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사혁신처 면접전문가 양성과정 수료. 메일 charlykim@hanmail.net


#용인특례시 #용인시 #채용 #시민소통관

https://newskorea.cn/news/view.php?no=5708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아쇠는 손이 아니라 사회가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