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시와 격차를 넘어, 삶의 역량으로
“학원을 그만두자 아이가 웃기 시작했다.”
지방의 한 엄마는 작년, 수능을 포기한 아이를 보며 이런 고백을 했다. 더 이상 시험이 삶의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배움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입시 경쟁에 짓눌려 기초학력은 무너지고, 정서와 삶은 뒤로 밀렸다. 이제는 단순한 제도 손질이 아니라, 교육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회복시킬 때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점점 늘고 있다. 교육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학생 기준 국어·수학·영어에서 1 수준(기초 미달) 비율이 증가 중이다. 디지털 기기의 접근성 차이도 심각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간 디지털 격차는 학습의 질을 가르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교육 여건의 불균형은 더 심각하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 지정은 그나마 늦게나마 균형을 되찾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 왕따, 우울감으로 병원을 찾는 청소년들이 계속 늘고 있는 현실은, 교육이 더 이상 ‘사람’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경고다.
우선, 교육의 기반을 지역에서 다시 짜야한다. 지역발전특구를 단순한 ‘행정지정’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한 교육 자치 실험으로 확장해야 한다. 학교는 단순한 학습장이 아닌, 마을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복합화 시설, 시민참여형 교육운영 모델이 정착돼야 한다.
둘째, 학습격차 해소에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 플랫폼 도입이 필수다.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속도에 맞춘 AI 튜터 시스템은 기초학력 보장의 현실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디지털 교육 인프라, 예산, 교사 연수도 함께 갖춰야 한다. 단순한 태블릿 보급이 아니라, ‘AI를 아는 교사, AI로 배우는 학생’ 체계를 세워야 한다.
셋째,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사람됨’에 있다. 정서 지원, 공감, 인문적 성찰, 창의적 탐색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인문소양 교육은 수능 과목이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수업이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다르게 살아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는 교육.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회복력 있는 교육이다.
지금이 바로 교육을 다시 일으켜야 할 때다. 입시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삶을 위한 교육. 기술을 이끄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는 교육. 정치권은 단기 성과 중심의 공약 대신, 한 세대를 품는 교육 대전환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삶을 묻는다. 이제, 그 질문에 걸맞은 답을 사회가 내놓아야 할 때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교육·경영·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charly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