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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 Nov 27. 2023

우울증으로 정신과 방문

캐나다에서

나는 캐나다에 사는 유학생이다. 

본래 공황장애와 경미한 우울증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서 급격히 우울감이 심해지다 못해 자살 충동까지 들 정도로 악화되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약 2주 동안 내내 울다가 지쳐서 잠에 들 정도... 

자살 충동은 내내 있었고, 마땅한 자살 방법을 찾지 못해서 죽지 않았다 해도 좋을 정도로 우울한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내 자신의 상태나 증상에 대한 파악은 쉬웠다. 자기 부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속되는 우울감, 수면 시간 급증, 무기력,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산만과 브레인포그, 자살충동, 자존감 하락과 자의식 과잉... .

정신과 방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몇 년 전부터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방문하지 않고 버텨낸다고 말한 건 아마 캐나다라는 타지에서 방문하는 병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캐나다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려면 가정 주치의나 Walk-in 클리닉에서 먼저 소견서를 받아서 가야만 한다. 그러니 한국의 정신과보다는 진입 장벽이 한층 더 높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영어로 내 증상과 상태를 말해야 하고, 혹시라도 내가 우울증이 아니면 어떡하지 싶은 불안감, 남에게 나를 알려야 한다는 압박감... 아무튼 우울증 환자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을 불안감이 나를 옥죄었다. 


그럼에도 클리닉으로 향한 것은 너무 지쳐서였다. 

낮 3시부터 귀가해서 엉엉 울며 가족을 지치게 만드는 일이 2주를 넘었다. 나를 떠나서 친구와 가족을 피곤하게 한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래서 클리닉에 방문하기로 마음먹었고, 클리닉에 방문하는 과정 또한 순탄치만은 않았다... 

버스에서 내내 느끼는 불안과 건물 문 앞에서의 공황, 기본적인 인적사항 차트를 작성하면서 느끼는 압박감, 괜히 왔나 싶은 불안 등. 로비에서 대기하고 있자니 괜히 온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클리닉에서 나오는 건 10분 후였다.

의사는 내게 왜 왔냐고 물어봤다.

나는 미리 생각해둔 답변인 최근 우울했고, 일상 생활에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하다, 힘들다, 안정제 좀 달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알겠다고 하고서는 1달 치 항우울제를 처방해준 것이다. 

너무 쉽지 않은가... 지금까지 고민한 것이 허무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은 약을 먹은지 2일이 지난 시점이다. 

솔직히 뭐가 더 나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행복하기보다는 속이 울렁거리고 좀 멍해진 부작용만 다가온다. 

아직도 일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위약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산만해져서 다리를 떨고 방을 서성거리다 못해 조깅까지 다녀왔다.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산만한데 머리는 멍하니 이상한 느낌이다.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라고 했는데, 방문할 때는 ADHD 약을 좀 처방해달라고 하고 싶다...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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