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연
>> 동상이몽 임밍아웃
종연의 부모님과 동생들은 조부모와 이모, 삼촌이 된다는 소식에 감격스러워했다.
아이 소식이 없어서 걱정하던 차에 종연의 임신 소식은 가뭄에 단비 같은 귀한 소식이었다.
하지만 종연 엄마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종연에게 두서없이 말씀하셨다.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한다. 입덧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아 참. 유치원도 조심해서 다니고… 유치원 지금 그만둘 수는 없지?
그래그래… 아기 낳고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엄마는 좋기도 하지만 우리 딸이 배불러서 유치원 다닐 생각 하니 걱정이네.
남서방이 워낙 잘하겠지만 좀 더 신경 써주게..”
장황하게 말씀하셨지만 종연은 엄마의 진한 사랑이 고스란히 가슴으로 전달되어서 순간 먹먹했다.
“엄마. 나 파김치 먹고 싶어. 임신하니까 엄마가 해준 파김치가 너무 먹고 싶더라고.”
종연은 뭉클한 마음을 뒤로하고 종연의 소울 반찬 파김치를 대뜸 엄마에게 부탁했다.
종연 엄마는 종연이 평소 반찬거리 가져다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선뜻 음식을 가져다주지 못했는데 엄마 음식을 먹고 싶었다고 하니 여간 감격스럽지 않았다.
종연 엄마는 이 참에 파김치와 함께 다른 매콤한 반찬들도 바리바리 싸 주셨다.
그리고 시댁…
아버님과 어머님, 아주버님 내외와 도련님 모두 임신소식에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어머님이 기쁨에 겨워 말씀하셨다.
“아이고 축하한다. 우리 남 씨 집안에 경사 났네. 기쁜 일이야~ 우리 아들 장하다!!”
버라이어티 한 주말을 보내고 종연은 유치원 교직원들에게 임신소식을 알렸다.
수업시간이 끝나고 휴식시간… 종연은 지영쌤, 상윤쌤에게 다시 한번 격한 축하를 받았다.
임신 6개월 차인 지영쌤이 말했다.
“입덧 없는 건 축복이에요. 전 정말 3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몰라요. 토할 게 없어서 위액까지 토했잖아요. 이러다가 애기까지 토할까 봐 얼마나 맘 졸였게요”
“지영쌤 진짜 고생 많았지. 그래도 지금은 없어서 못 먹잖아. 하하.”
“임신하니 맘껏, 양껏 먹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겨서 입덧이 끝나니 지금이다!!! 하고 먹어요. 하하.”
종연은 지영쌤이 주말에 산부인과에 다녀왔다는 것을 기억하고 궁금한 듯 물어봤다
“이제 얘기해 보시게. 자넨 아들을 품었나? 딸을 품었나?”
지영쌤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딸이에요. 저도 남편도 딸을 원했거든요.”
쌤들은 모두 하나같이 축하해 마지않았다.
지영쌤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이모들. 엄마 닮아서 이쁘고 귀엽고 착하면서, 배려심 넘치고 돈도 잘 벌고 머릿결도 좋고, 날씬하고 인기 많고 모두에게 사랑스럽게….(헥헥) 자랄게요.”
종연이 웃으면서 화답했다.
“그래 좋은거 다 우리 아기 꺼 하세요~~~ 이모가 응원합니다~~”
지영쌤은 문득 생각난 듯 이어 말했다
“효진쌤은 형부가 외아들이니 시댁에서 아들을 대놓고 원했었는데 아들을 낳아서 다행이지 뭐예요.
성별 알기 전까지 아들 낳는 한약을 2재나 지어 먹이셨잖아요. 딸이었으면 완전 죄인 될뻔!!!”
지영쌤은 진저리를 쳤다. 효진쌤은 얼마 전 아들을 출산했다.
상윤쌤이 진심 궁금해서 물어봤다.
“지금이 삼국 시대예요? 조선 시대에요? 설마 아들 안 낳았다고 죄인 취급하겠어요?
지영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지. 요새 어느 집이 아들, 딸 구별하겠냐고… 요즘은 딸이 대세라고…
근데 뱃속 우리 아기 딸인 거 아시고 아들도 있어야 하니 서둘러서 둘째 가지라더라.
아직 첫째는 낳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세상이 잘 안 바뀐단다. 상윤쌤아~~ 하하.”
종연은 문득 종연이 임신했음을 알린 날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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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일 거야.
내가 아들만 셋 낳았고 너희 큰 이모도 아들 둘 보셨어. 손임이 형도 장손을 품었잖니.
틀림없이 아들일 게다.”
어머님의 확신에 가득 찬 아들 드립에 형님이 말했다.
“어머님. 딸일 수도 있어요. 아직 임신 7주밖에 안돼서 모르는 거예요.”
“어머. 얘 무슨 소리야. 우리 남 씨 집안은 아들 유전자가 쎄서 확실히 아들일 거다.
훠이훠이~ 딸이란 얘기는 하지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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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연이 씁쓸하게 말했다.
“맞아 상윤쌤. 나도 시댁에 임신 소식 알리자마자 아들 타령 시작됐어.
어머님께서 계속 아들이라고 장담을 하시는데 딸이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야.
시댁이 아들을 원하시니 괜히 나도 아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더라.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정말…. 으..”
종연과 손임은 아들, 딸 상관없이 건강한 자녀를 낳기를 희망했기에 이왕이면 시부모님께서 원하시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종연의 부모님은 임신한 딸의 뱃속에 아들이 크고 있는지. 딸이 자라고 있는지에 앞서 임산부의 회사생활과 몸의 변화로 인한 각종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이 마음을 훑었지만 내심 종연의 평생 친구로 자라날 딸이었으면 좋겠다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염려를 보태지 않아도 요즘.. 스트레스가 가득한 딸이기에 언감생심.. 종연에게 성별에 대한 압박은 주지 않았다.
종연은 집에 와서 (기분 탓인가. 2달도 채 안됐는데) 묵직해진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요 언저리에 내 아이가 있겠지’ 하며 웃음 짓는다.
종연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이와 남편, 그리고 임신의 주체가 된 나만을 생각하고 싶지만 시댁이나 친정이나 가족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들의 기대도 결코 소박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