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18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치타공 주재원


손임은 요즘 생각이 많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 내부 곳곳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손임의 거취 또한 불안정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손임의 이전 회사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종연을 알기 전에 근무했던 곳인데 방글라데시에 지부를 두고 있는 가먼트(봉제) 회사 해외 영업부에 경력직이 필요하다고 한다.

손임은 이전 회사에서 연락이 오자마자 종연과 의논했다.

“연봉은 지금 회사보다 20프로 올라가고 회사 구조도 내가 근무했을 때보다 전반적으로 탄탄해져서 이직을 고려해 볼 만 해. 지금 상황에선 어디로든 이직을 해야 할 상황이거든.

현재 우리나라는 소비 성향도 강하고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니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개발도상국에 가서 젊을 때 바짝 벌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

종연은 요즘 손임으로부터 꾸준히 현재 회사에 대한 불투명한 비전을 들어왔었지만 신중함을 더해야 할 중요한 결정이기에 계속 망설이게 되었다.

“주재원으로 치타공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이 있어요?”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 곧 행복이가 태어나는데 아는 한국인 이라고는 남편 밖에 없는 끔찍한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럼. 내가 가는 회사에만 3 가정 정도 살고 있지.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어. 주재원으로 가게 된다면 연락을 취할 수 있을 거야. 도움도 받고.”

종연은 갑자기 삶의 영역이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올라오긴 했지만 애써 손임에게 그런 마음을 숨겼다.

손임이 종연의 기대감을 알아채고 설레발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다.

어쨌든 많은 것을 따져봐야 한다.

“방글라데시 수도로 가는 게 아니라 치타공이라고요?”

종연은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는 알지만 ‘치타공’ 이란 도시는 생소했기에 여기저기 서치해 보니 치타공의 풍경은 종연이 교생 시절 의료 선교여행으로 다녀왔던 인도의 첸나이와 비슷했다.

손임은 내심 종연과 치타공에 주재원으로 가고 싶은 마음으로 이전에 출장 차 치타공을 몇 번 방문하여 알게 된 치타공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다가 종연의 마음을 한방에 선회시킬 방법이 생각났다.

“맞다!! 자기가 좋아하는 인도음식, 난하고 커리!!! 방글라데시에서 자주 먹을 수 있어.”

종연은 손임과 데이트하던 시절, 분당에 있는 인도 음식점을 종종 가서 취향이 갈리는 여러 가지 인도소스를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었다.

사실 종연은 젊은 시절 인도로 의료 선교여행을 다녀오면서 13명의 팀원들 중 혼자만 살이 포동포동하게 올라서 왔었다.

종연은 그곳에서 향신료와 소기름으로 범벅인 진하고 꾸덕한 맛살라 커리에, 화덕에 척척 붙여져 올록볼록 구워진 난을 처음 찍어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종연은 치밀하고 이성적인 듯 보이지만 하나에 꽂히면 이것저것 재어보지 않고 돌진하는 불도저 기질이 있기에 마음이 흔들렸다. 손임의 촉은 정확했다.

‘난과 커리, 탄두리 치킨을 매일 먹을 수 있겠구나.’

종연은 마음은 벌써 차타공으로 날아가 매일 인도 음식을 먹고 있었다………..

누구에게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방글라데시는 인도 인접 국가라 음식 문화가 상당히 비슷했다.

종연은 이미 절반 이상 주재원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기울었지만 간신히 이성과 현실의 끈을 부여잡고 다른 여타 상황들을 점검했다.


일주일 후 손임은 이전 회사 선배에게 연락했다.

“선배. 우리 가족 방글라데시 치타공으로 주재원 신청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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