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20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시부모님과의 기막힌 동거


‘이제 도저히 안 되겠어. 행복이 수면교육을 시작해야겠다.’

행복이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 손을 제대로 타서 잘 때 외엔 거의 종연에게 안겨 있거나 업혀 있었는데 행복이의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종연의 팔목과 허리는 딸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행복이를 품에 안고, 뒤로 업어가며 가사일을 하기엔 종연의 몸이 남아나지 않았다.

어머님은 매일 공사다망하셨고 아버님은 방에서 식사 때 외에는 잘 나오시지 않았기 때문에 종연이 식사준비를 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행복이를 안아주거나 놀아주지 못하셨다.

종연은 모유수유를 하니 돌아서면 배가 고팠고 조금이라도 허기가 지면 눈앞이 핑핑 돌았다.

하지만 어머님은 종연의 식사는 신경 쓰지 않았고 종연은 자신이 살기 위해 끼니를 차려야 했다.

식사 준비는 아이가 있든 없든, 모유수유를 하든 안 하든,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든 상관없이 종연의 몫이었다.

어찌 됐든 부엌일은 종연이 꼭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옵션이 없었던 그녀는 행복이를 내려놓기로 결심하고 어머님께 말씀드렸다.

“어머님 이제 행복이 누워서 자는 법 가르치려고 해요. 처음 며칠 동안은 많이 울 거예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종연은 시부모님과 함께 지내면서 행복이를 울리면서 수면교육을 시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몸이 버틸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 한번 해봐라. 행복이가 누워서 잠들 수 있을까? 엄마가 행복이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하하하..”

격려와 힘을 받고 싶었지만 역시나 종연의 욕심이었나 보다.

종연은 애기 울린다고 나무라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하며 행복이 누워 재우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잠투정을 하는 행복이는 졸릴 때마다 어김없이 ‘안아서 재워달라.’ ‘흔들어서 달래줘라.’ 며 울어 젖혔고 종연은 분주하게 부엌을 오가며 행복이를 포근하게 속싸개로 감싸고 눕힌 뒤 자장가를 불러주며 토닥였다.

예상대로 행복이는 숨이 넘어가게 울었고 40분 만에 잠들었다.

행복이가 울 때 종연도 같이 울었다.

행복이를 겨우 재우고 퉁퉁 부은 눈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종연은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데도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현실에 자신은 시댁에서 ‘현대판 종년’이구나 절감했다.

맘을 단단히 먹은 종연은 이틀 만에 행복이 수면교육에 성공했고 어머님은 종연을 칭찬(?)했다.

“아이고 엄마가 참 독하다야.”


손임에게 맘이 상했던 종연은 시댁에서 행복이와 지내는 두 달 동안 남편이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행복이가 엄마 젖을 머금고 만족한 듯 환하게 웃을 때, 엉덩이를 뒤로 씰룩거리며 앉을 때, 손뼉을 치며 소리 내어 웃을 때…. 다시 오지 않을 이 모든 귀하고 소중한 순간순간을 남편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게 헛헛했다.


하지만 종연이 행복이와 치타공으로 떠나는 날 손임과의 통화 후 종연은 남편이 그리웠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자기야. 내가 보낸 메일 잘 보고 안내해 준 대로 잘 와야 돼. 행복이랑 조심해서 와.

60일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렇게 금방 오다니.. 자기랑 행복이 너무 보고 싶다

그래도 우리 엄마랑 아빠가 자기랑 행복이를 잘 돌봐줘서 다행이야. 그렇지?”





keyword
작가의 이전글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