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손임은 종연이 둘째를 낳을 때 함께하지 못했다.
배부른 종연과 출산을 위해 한국에 동행했다가 다시 회사로 복귀했고 종연이 둘째를 낳고 한 달 몸조리 후 함께 치타공으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한국에 온다.
수원에서 출산한 종연은 다시 시댁에서 몸조리한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다.
하지만 종연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친정은 멀기도 했지만 요식업을 시작한 종연네 친정은 아기와 함께 출산한 몸을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종연은 망망대해 한가운데 오도카니 떠 있는 섬처럼 갓 태어난 아기와 세 살배기 행복이를 양손에 안고 엉거주춤이다.
종연의 진통 내내 바다 건너 손임은 가슴을 졸였고 종연과 아기가 무사하길 계속 기도했다.
종연, 손임 부부에게 찾아온 둘째의 이름은 기쁨이다.
아기는 세상에 나와 그녀를 기다린 모두에게 이름과 같이 기쁨을 주었다.
종연이 행복이, 기쁨이와 함께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시댁에 갔을 때 시부모님은 종연을 따뜻하게 맞아 주셨고 자연분만이라 회복이 빨랐던 종연은 조심조심 부엌에서 끼니를 차렸다.
남편이 없는 시댁에서 종연은 이방인과 같았고 시댁에 폐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에 시부모님의 개인적인 일정에 방해되지 않게 노력했다.
처음이 아닌 출산과 모유 수유는 농작물을 수확한 농익은 밭이랑을 가진 농부의 마음처럼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종연은 자신과 행복이를 돌보며 갓 태어난 기쁨이에게도 수면 교육을 했다.
종연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너무 대견했다.
하지만 며느리로서 평타 이상의 칭찬을 받는 것은 마치 물고기 없는 호수에 대어를 기대하고 낚싯줄을 드리운 채 기다리고 수고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겐 종연이 하는 모든 일은 그저 며느리로서, 엄마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종연의 내면에는 칭찬받고 싶어 하는 내면의 아이가 존재했고 아이를 낳고 여러 가지 변화로 지친 엄마의 모습도 있었다.
지금 종연에겐 격려와 지지가 필요했지만 종연의 주변은 조용했다.
종연은 스스로 격려하고 칭찬했다.
“종연아. 예쁘고 건강한 아기를 둘이나 낳다니 정말 대견하다.
몸조리가 더 필요할 텐데 친정에 가지도 못하고 시댁에서 남편 없이 외롭겠네.
시부모님 배려하는 마음으로 그들에게 기대지 않고 집안일, 부엌일 척척 해내는 데다가 수유 중인 네 끼니도 챙기느라 고생이 많아.
그 와중에 행복이 책도 읽어주고 기쁨이 수면교육도 하고… 정말 대단하다.
난 종연이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지금 흘리는 눈물은 자신이 너무 대견해서 흘리는 눈물이리라.
한 달 후 손임이 왔다.
손임과 종연은 행복이와 기쁨이를 안고 남원으로 향했다.
종연은 엄마를 통해 시댁에서부터 가져온 긴장감이 선명하게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엄마는 계속 미안해했다.
행복이를 낳았을 때도 조리해 주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니 말이다.
“내가 우리 큰 딸 몸조리를 해 줬어야 하는데 매번 못해주니 너무 미안하구나.
우리 종연이 아직도 애긴 줄 알았는데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이렇게 야무지게 애들도 키우고…
엄마가 우리 딸이 너무 기특해”
엄마의 몇 마디 안 되는 다독임은 엄마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에 대한 보상을 톡톡히 해 주었다.
하지만 종연 엄마는 손임과 시댁에도 조아림을 멈추지 않았다.
“사부인이 나 대신 우리 종연이랑 애기들 봐주시느라 고생이 많았겠네. 두 번씩이나…
엄마가 보낸 음식들은 잘 받으셨지? 엄마가 사부인 볼 면목이 없다..
자네도 고생 많았네..”
친정 엄마가 산후조리를 함께 해 주시는 것이 딸로서는 가장 최상의 옵션이지만 그것이 꼭 친정엄마가 짊어질 짐은 아니지 않은가. 시댁에도 동일한 손녀인데 말이다.
그리고 산후조리를 해주셨다고??
손임이 한 고생은 무엇이란 말인가?
종연은 기가 막혔다.
손임은 처가에 와서 극진한 대접을 받고 편하게 쉬다가 갔다.
종연은 처가에서는 백년손님, 시댁에서는 귀한 아들인 손임의 삶이 너무 부러웠다.
시댁에 와서 짐을 챙기고 떠나는 날 손임은 기쁨이를 아기띠로 안고 종연은 행복이를 챙겼다.
아버님께서 현관 앞까지 오셔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처롭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우리 아들이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아들 세 명을 한 번도 안아보시지 않았던 아버님은 손임의 아기띠 한 모습이 매우 혁신적이었다.
그리고 종연을 보면서 말씀하셨다.
“어이구.. 둘째가 아들이었으면 내가 종연이 너를 업고 다녔을 텐데…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