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종연은 새벽 5시에 울리는 무슬림(파잘 아잔) 기도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기쁨이는 지난밤 2시간마다 깨서 엄마 젖을 찾았다.
덕분에 행복이도 함께 깨서 엄마 곁에서 뒹굴었고 종연은 밤새 뺏겨 버린 잠이 고파 죽을 지경이다.
요즘 종연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모유수유를 멈추고 분유로 갈아탈까 고민 중이다.
기쁨이는 모유를 먹으면 밤에 자주 깨는데 분유를 먹고 자면 6시간을 내리 통잠을 잤다.
그 6시간의 통잠이 종연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시간인지 모른다.
수면은 사람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한 생존템인데 종연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늘 잠이 고팠다.
마치 생존을 위협받는 고통이 종연의 수명을 갉아먹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애써 쌓은 모유수유의 탑을 제 손으로 무너트리고 싶지도 않았다. 이 고민은 종연의 마음을 아프게 물들였다.
어찌 됐든 괴롭기는 매한가지…
종연은 눈을 질끈 감고 기쁨이를 엄마 젖에서 떼어놨다. 기쁨이 8개월 때였다.
한 달 후…
종연은 늘 바쁘다.
행복이는 엄마, 아빠의 애지중지 외동딸에서 졸지에 2순위로 밀리는 바람에 자주 울었고 투정 부렸으며 항상 10권이 넘는 책을 쌓아 놓고 엄마를 불렀다.
기쁨이는 언니 바라기다.
늘 언니를 따라다니고, 흉내 내고 언니 것을 탐냈다.
그래서 행복이와 기쁨 이는 종연의 삶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종연은 늘 혼자서 엄마와 장난감을 독점하려는 행복이와 언니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엄마와 언니 사이를 비집으려는 기쁨이를 중재하느라 마음이 붉게 물들어 갔다.
종연은 보석 같은 딸들에게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 것들은 늘 채워주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의 요구는 서로 달랐고 종연은 하나였기에 늘 그들에게 부족했다.
종연은 그 부족함을 손임이 채워 주길 원했지만 손임은 약속과 달리 종연의 요청에 항상 느렸고 언제나 변명을 했으며 나중에 하겠다고 미뤘다.
무언가 반복해서 요청하고 이야기했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화가 매워진다.
손임은 기본적으로 육아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종연의 모든 부탁이 부당하게 여겨졌고 회사에 다니는 자신을 쉬지 못하게 들들 볶고 바가지를 긁는다고 여겼다.
종연은 자신의 생각을 누군가에게 관철시키기 위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화하기엔 너무 바쁘고 고단했기에 부탁하고 요구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자신에게 돌려놔 버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기쁨이가 밤에 6시간씩 통 잠을 자주니 말이다.
종연은 모유수유를 포기한 죄책감보다 질 높은 수면욕의 승리에 한껏 취했다.
그러나…..
단유와 함께 종연은 생리를 시작했고 두어 번의 생리를 끝으로 종연은 다시 생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막내가 찾아온 것이다.
종연은 정말 축복이 가득한 자궁을 가졌나 보다.
이제 마지막이다.
‘더 이상 아기는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