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지성이 엄마와 연우 엄마는 종연네서 시원한 냉국수를 먹고 진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지성이와 지수는 행복이와 블록으로 ‘엘사의 성’을 쌓고 기쁨이는 친구인 연우와 함께 실내 그네를 타며 깔깔거리고 있다.
연우네는 종연네가 치타공에 온 후 1년이 지나오게 된 주재원 가족으로 종연과 같은 막막함의 터널을 지나 지금은 치타공에서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
연우 엄마가 종연을 존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셋째라니요. 출산율 낮은 대한민국에 건강한 세 번째 인재를 임신한, 그대는 애국자입니다!”
종연은 연우엄마의 웅변하듯 두 손을 한껏 벌리며 허세스럽게 종연을 추앙하는 것에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 응수했다.
“나는 아이들을 정말 많이 낳고 싶었는데 둘을 낳고 나니 희망 사항과 현실은 너무 다르더라고.
소설에서 읽은 여인네들은 아기를 쑴풍 쑴풍 잘도 낳고 수월하게 키워내거든.
빨간 머리 앤은 무려 7명이나 낳아.
아이들끼리 싸우지도 않고 얼마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지 몰라.
지금 딸 둘을 낳고 나니 빨간 머리 앤의 장르가 드라마가 아니고 판타지라는 걸 알게 됐지.
셋째라고 하지 마! 막내야 막내!!”
지성이 엄마는 친구 종연이가 안쓰러운 듯 걱정스레 물었다.
“임신해서 너무 기쁘긴 한데 좀 걱정스럽다.
손이 많이 가는 두 딸들을 돌보며 임신기간을 지내기는 난이도가 꽤 될 텐데 말이야.”
종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맞아.. 기쁨이 좀 더 크면 하나 더 낳을 생각이었지.
그런데 이제 겨우 기쁨이 8개월이야.
첫째는 미운 세 살인 데다 둘째가 돌도 안 지나서 버거움의 최고조 일 때 임신이 되니 환장하겠는데 뱃속 아기 맘 상할까 봐 맘대로 미쳐버리지도 못해.” “
연우 엄마는 종연의 핼쑥한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
“언니 요새 잘 못 먹어요?
좀 마른 것 같기도 하고, 기운도 없어 보여요.”
글찮아도 요새 종연은 행복이와 기쁨이 때도 안 하던 입덧의 소나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아.. 요새 죽겠어. 전에는 입덧이 없었거든.
근데 요즘은 이 세상의 모든 냄새가 나를 공격하는 기분이야.
음식뿐 아니라 비누, 로션, 치약까지 입덧의 방아쇠를 마구마구 당기고 있다니까…
샤워하다가 변기를 몇 번이나 붙들었는지 몰라.. 이젠 아예 집게로 코를 막고 씻는다니까.. 하하”
지성이 엄마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나 이번엔 성별이 다른가 봐.
두 아이들 임신했을 때 없던 입덧이 생겼으면 아들인 것 같아.”
종연과 손임도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었다.
“우리도 아들일 거란 생각은 하고 있어. 두 딸이 있으니 아들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고..”
5년 만에 임신해서 임신과정도 험난했고 출산 후 치질과 훗배앓이로 고생이 심했던 데다가 연우 하나도 버거워서 쩔쩔매는 연우 엄마로서는 아들이든 딸이든 더는 낳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연우 엄마네 시댁에서는 은근히 둘째를 원하셨다.
“시댁에서 엄청 좋아하셨겠어요. 게다가 아들이면 업고 다니시겠는데요?”
종연은 기쁨이 낳고 하셨던 아버님 말씀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기쁨이 때 그렇게 말씀하셨지. 아들이면 날 업고 다녔을 거라고 말이야.
근데 우리 엄마, 아빠는 막내 소식에 기겁하셨어. 급기야 엄마는 울었지 뭐야.
딸이건 아들이건 친정은 관심 없어.
본인 자식이 또 버티기 힘든 길을 걷겠구나 걱정하시느라 정신없으시지..”
애기 엄마들의 촉은 정확했다.
종연은 아들을 막내로 맞이했다.
세 번째라 출산 전에 콧방귀를 뀌며 분만실에 갔다가 종연은 지옥을 맛보고 반 기절했다.
일반적으로 남자아이의 머리둘레는 딸아이보다 컸기에 막내아들은 단전에서부터 기력을 짜내서 힘을 주는 엄마의 목덜미와 눈의 실핏줄을 다 터트리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고된 출산이었어도 행복이와 기쁨이를 보고 나니
‘이게 사랑이구나, 사랑은 모든 고통을 이기는구나’
라고 여겼지만 막내는 너무 기진맥진한 나머지 눈길도 줄 수 없었다.
그야말로 털 끝 하나도 못 움직일 정도로 종연은 방전됐다.
세 번째는 힘 하나도 안 들이고 미끄러지듯 슝 나온다던 모든 사람들..
고소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