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32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31

>> 도망자 남편의 최후... 에 이어서...



안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종연은 고새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 손임을 쓱~ 흘겨본 뒤 안방에 있는 물건을 온 힘을 다해 하나씩 바닥에 던지기 시작했다.

휴지곽, 베개, 화장품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놀란 토끼 눈이 된 손임의 핸드폰까지 뺏어서 바닥에 던져버렸다.

1분도 채 넘기지 않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났다.

안방 바닥에 온갖 물건들이 황망하게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종연은 어안이 벙벙해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손임을 뒤에 남겨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치타공은 9시가 넘은 시간에 여자들의 외출이 위험한 곳이다.

손임은 10시가 다 된 시간에 밖으로 나가버린 종연을 미처 잡지 못했고 집에는 5명의 아이들이 있기에 나가지도 못하고 애타게 종연을 기다렸다.


종연은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종연은 서러운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안 하고 그냥 걸었다.

외진 곳은 위험하기에 큰 길가에 나와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다가 1시간쯤 지났을 때 집으로 들어왔다.

물건을 던졌을 때 다쳤는지 손바닥에서 피가 흐른다.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서자 손임이 달려 나왔다.

“어디 간 거야?

걱정했잖아.

그렇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가버리면 어떻게 해?”

종연이 집 안을 둘러보니 안방과 부엌이 어설프게나마 정리되어 있었다,

“먼저 아무 말도 안 하고 안방으로 잠수 탄 게 누군데요?”

손임은 깨진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핸드폰까지 던지고 그래? 이게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말로 하라고요? 아무리 얘기해도 내 말은 듣지 않잖아요.

이번에도 난 바가지 긁는 마누라가 됐고 자기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무심한 남편을 선택했죠.”

본인 몸 편하자고 종연을 몰아세웠다는 것을 손임도 모르지 않다.

“이제까지의 내 목소리에 대한 확실함을 알려 줬어야 했어요.

핸드폰이 아니라 자기 머리통이 안 깨진 걸 다행으로 생각해요.”

손임은 순간 움찔해서 자기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다행히 아이들은 영화를 보느라 저녁에 일어난 내전을 모르는 눈치다.

종연은 단호하게 손임에게 말했다.

“8년 동안 내가 아이 셋 낳고 남편 내조한 것, 칭찬받으려고 한 행동 아니에요.

하지만 당연한 것도 아니죠. 아내 역할은 하되 종노릇은 그만할 거예요.

내가 결혼 생활 내내 당신에게 베푼 배려에 대한 존중을 보이세요.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일방적인 배려는 이제 문 닫을 거예요!

회피하고 넘어가 버리면 당신 몸은 편할지 몰라도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든다는 것을 꼭 기억해요!”

종연의 말은 하나같이 손임의 마음에 가시가 되어 박혔다.

손임은 인정하고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딱히 반박할 말도 없었다.

“그래. 자기야 지금껏 고생했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과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을게.”

종연은 재차 물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요. 나 사랑해요?”

‘갑자기 이에 무슨 질문이지?’

손임은 심상치 않은 종연의 질문에 천천히 대답했다.

“그런 걸….. 왜…. 물어.. 당연히… 사랑하지.”

종연은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앉지도 못하고 개 털리게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하는데 뭐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네 본가에서 계속 애들 보면서 음식 만들고 일하는데 뭐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낳은 아이들이 아플 때 밤에 한 번이라도 깨서 약 먹이고 재워본 적 있어요?”

손임은 대답할 수 없었다.

“내가 대신 대답해 줄게요.

당신은 아무것도 안 했어요!!

내가 가장 많이 기억나는 당신의 모습은 핸드폰 보면서 누워있는 모습이에요.

자기는 지금 ‘행동’이 빠진 ‘말’ 뿐인 사랑을 하고 있네요.”

손임은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도망칠 곳도 없었다.

종연은 작정을 했고 손임은 꼼짝없이 잡혀버렸다.

“자기야.. 미안해… 다시는 말로만 하지 않을게… 오늘 늦더라도 같이 정리하자.”

손임은 종연과 함께 아이들 이부자리까지 봐주고 남은 정리를 마친 후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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