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2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예비 사위와 며느리



종연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그녀는 오늘 입을 옷과 가방, 신발 등을 체크하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오늘은 드디어 내 남자를 부모님께 소개하는 날이다.’

거울 속 종연이는 맨 얼굴인데도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종연이를 들뜨고 기쁘게 한 건 부모님께 제대로 된 효도를 한 것 같다는 마음이었다.

대전에 계신 부모님은 종연이가 일주일 전 손임이랑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전하자마자 대전에서 유명한 장어구이 집을 예약하시고 예비 사위를 만날 때 입을 옷을 준비해 두셨다.

종연은 주말 오전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운전하는 손임을 바라보며 그 어떤 판타지 로맨스 여주인공 부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행복했다.

그들은 케이크와 꽃다발을 들고 미리 예약해 놓은 장어구이집 내실에서 종연의 부모님과 반갑게 조우했다.

종연의 엄마는 검정과 회색 체크무늬 원피스에 갈색 부츠를 신고 작년에 종연이 생신 선물로 드린 G사의 가방을 매치해서 브라운 톤의 화장과 잘 어울리게 꾸미셨다.

그녀의 아빠는 흰머리가 한 올도 보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염색을 하시고 C사의 골프복으로 아래위를 맞추신 뒤 새로 구입한 듯한 반짝거리는 골프화로 마무리하셨다.

종연의 어머니는 손임이 장어를 굽겠다고 집게를 들자 한사코 집게를 놓지 않았지만 못 이기는 척 집게를 내어 주시고 손임이 장어를 굽고 권할 때마다 그녀의 아버지와 함께 듬직한 그의 모습에 연신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토요일.

종연은 전 주와는 다른 마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은 손임의 부모님을 만나는 날이다.

종연은 손임 부모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을 최대한 옅게 하고 입술을 촉촉하게 바른 뒤 무릎까지 오는 환한 원피스를 입고 중간 높이의 굽이 있는 검정색 구두로 참한 며느리상을 완성했다.

종연은 준비를 하면서 손임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엄마가 집으로 오래. 괜찮지?”

“집으로요? 어머님 음식 준비하시기 번거로우실 텐데….”

종연의 대꾸에 손임은 별수롭지 않게 대화를 넘겼고 종연도 특별한 생각 없이 아버님께서 즐겨 읽으시는 책과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화분을 들고 손임의 집에 방문하기로 했다.

그들은 목동의 골목길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한 주택의 3층으로 올라갔다.

서울 남자 손임은 종종 종연에게 수원 촌 아가씨라고 놀렸던 터다.

그래서 종연은 내심 목동의 손임의 집은 얼마나 부티 나고 좋을까 상상하며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두근두근…. 이제 곧 손임의 집에 도착한다.

저녁 어스름…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가장자리 층층이 각종 화분들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러나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간 손임의 집은 흡사 남원에 있는 종연의 외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었다. (종연은 아직도 그때 손임의 집에서 풍기던 냄새가 기억난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아버님. 여종연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종연은 손임의 부모님께 신중하게 고른 책 2권과 화초를 드리며 정중하게 인사드렸다.

예상 밖의 손임네 집 첫인상을 뒤로하고 식탁에 그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음식을 본 종연은 순간 휘청했다. 넓은 식탁 정 중앙에는 앙증맞은 비스킷과 눅눅한 땅콩이 그에 걸맞은 작은 접시에 예쁘게 세팅되어 있었다.

종연은 손임의 부모님과 인사한 뒤 식탁에 앉아서 무슨 테마인지 알 수 없는 음식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손임을 바라보았지만 손임은 그저 결혼할 예비 신부를 집에 데리고 온 사실이 기뻤는지 종연의 표정을 읽지 못했다.

종연은 손임 부모님과의 대화 내내 오후에 그와 데이트했던 카페에서 많이 먹지 못하고 남긴 조각 케이크를 아쉬워하며 고픈 배를 뒤틀었다.

손임의 부모님은 종연을 반갑게 맞이하셨고 편하게 대해 주셨다.

마치 벌써부터 손임네 집안 며느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종연은 처음 방문한 손임의 집에서 대접받지 못한 듯한 찝찝함을 안고 그녀의 집으로 출발하는 기차 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어머님, 아버님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종연이 손임의 부모님께 인사한 후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헉..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아버님은 스트라이프 몸빼 바지를 입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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