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혼서류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잖아요 3

백년손님 백년종년

by 사라최


>> 신혼집


양가 상견례 때 어르신들과 함께 의논해서 결정한 결혼 날짜는 12월 1일이다.

두 사람이 결혼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지만 우선 신혼집을 알아보기로 했고 종연이 교사로 재직 중인 수원에서 찾기로 결정했다.

친정 엄마는 지방에 계셨고 종연과 손임은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주 중 퇴근 전에 시어머님께서 신혼집을

봐주시기 시작했다.

종연이 수업을 끝내고 교실 정리를 하고 있을 때 어머님께 전화가 왔다.

“얘야. 지금 큰 이모님이랑 수지에서 집을 보고 있으니 퇴근하고 수지 강산 부동산으로 와라.

손임이한테는 얘기해 놨다”

“네??? 수지요? 네 어머님. 알겠습니다.”

‘수지??? 근처엔 마땅한 집이 없었나?’

종연은 의아했지만 이내 별생각 없이 퇴근 후 부동산에서 어머님을 만났고 손임과 함께 어머님과 큰 이모님께서 보신 매물을 보기 위해 움직였다..

들뜬 마음으로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집에 들어갔을 때 종연은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 집은 두 사람이 살기엔 터무니없이 넓고 컸다.

“어머님. 둘이서 신혼 생활 하기엔 집이 너무 크지 않을까요???”

그때 예상치 못한 어머님의 대답은 마치 불시에 복부를 힘껏 가격한 듯한 묵직한 황당함이었다.

“나랑 아버님 네 도련님도 같이 살아야 하니 이 정도는 돼야지. 처음 3년 동안은 같이 살아야 가족이 되는 거란다. 어쩌겠니. 너희 시댁 가풍인데.. 손임이 형, 그러니까 네 아주버님도 우리랑 함께 살다가 분가했다.”

지금 어머님의 말씀은 상견례로 양가 가족들이 모였을 땐 분명 없었던 이야기다.


이후 종연은 그날 만남이 어떻게 정리되고 끝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건 그저 해맑은 손임의 표정이었다.




>> 신혼집 2


“우리가 언제부터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기로 한 거예요?”

“나도 수지에서 매물 본 날 처음 들었어. 근데 같이 살면 어때? 우리 부모님 좋아. 자기 엄마, 아빠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지내면 돼.”

“자기한테나 엄마, 아빠죠. 난 시댁 어르신들이에요. 잠깐만 같이 있어도 어색하고 불편하다고요.

그럼 나 퇴근하고 아무것도 안 해도 돼요? 주말엔 느긋하게 일어나서 하루 종일 뒹굴거려도 되는 거예요?”

“그럼 그럼~ 자기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되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요! 어느 며느리가 시부모님 계신데 퇴근해서 쉴 수가 있어요? 시부모님 뿐 아니라 시동생도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상의되지 않은 합가예요. 당신네만 가풍 있어요?

우리 집은 가풍 없나요?”

종연은 너무 답답한 나머지 생각나는 말을 길게 쏘아붙였다.

대가리 어느 부분에 나사가 빠지면 저렇게 생각을 평면적으로 할 수 있는 걸까?

손임은 종연의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마침내 생각을 정리한 듯 말했다.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나도 당연히 싫어. 엄마한테는 우린 같이 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얘기할게 “

“ 그래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종연은 고맙다는 말과는 달리 손임의 결심에 고마워해야 할지,

어머님의 무례한 말씀에 사과를 받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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