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손님 백년종년
“뭐니 뭐니 해도 보석은 빨간색이다. 그래야 복이 들어오지.”
종연의 어머님은 연신 붉은빛 영롱한 루비 종류를 보시고 싱글벙글하셨다.
종연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특히 빨간색, 분홍색 계열은 싫은 정도가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이 올 정도로 혐오했다.
종연은 용기 내어 말했다
“어머님. 저는 빨간색을 좋아하지 않아요. 투명한 보석으로 골라볼게요”
어머님은 실망하셨지만 며느리의 의견을 존중하셨고 우리는 팸플릿과 실물을 비교해 가며 한참을 신중하게 고른 뒤 반지와, 시계 디자인을 결정했다.
목걸이 귀걸이 세트는 어머님께서 후에 맞춰서 오늘 고른 주얼리와 함께 함에 넣어 보내주시기로 하셨다.
종연은 백화점 주얼리 샵을 나오며 주얼리샾 직원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매니저님.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다이아 반지 돌출형은 자칫하면 아이들이 다칠 수가 있어요. 꼭 다이아는 함몰형으로 부탁합니다.”
주얼리 샵을 시작으로 종연은 손임과 어머님과 함께 예복과 신발, 가방 등을 즐겁게 쇼핑했다.
일주일 후에는 종연 엄마와 대전에서 예물, 예복을 보고 신혼집에 들어갈 가전, 가구들을 결정했다.
주중에는 근무하고 주말마다 짬을 내어 결혼준비를 하니 쉽지 않았지만 종연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들뜨고 행복했다. 종연의 인생에 결혼이 찾아오다니…
종연의 부모님은 차근차근 예단을 준비했다.
먼저 사위에게 줄 다이아 반지와 서브반지, 시계, 넥타이핀을 보석함에 넣은 뒤 홍색 보자기에 곱게 포장했다.
그리고 예단 캐리어에 반상기 상자를 넣으시고, 은수저 개수를 다시 확인하신 뒤 반상기 상자 위에 포개셨다.
이내 종연 시어머님께 드릴 명품 가방과 시부모님 이불세트를 곱게 접으신 뒤 또 다른 예단 박스에 챙겨 넣었다. 예단 음식도 빨간 비단에 싸여 상자 코너에 자리 잡았다.
종연은 부모님과 함께 하나하나 예단 목록을 확인하며 예단을 싸는 것에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듯 괜히 경건해졌다.
그리고 예단의 하이라이트! 현금 예단 500만 원도 황금색 봉투에 넣어 흰색 비단 보자기로 포장한 뒤 예단 상자에 넣었다.
도의적으로 시댁에서 함이 들어올 때 반 정도의 봉채금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종연 부모님은 돌아오게 될 봉채금으로 종연의 여동생과 남동생에게 정장 한벌씩 선물하기로 계획하시고 기쁜 마음으로 종연의 시댁에 예단을 보냈다.
종연은 검정 새틴 투피스에 구두, 가방으로 예물 풀세트를 장착한 뒤 처음 방문한 날보다 조금 더 익숙한 마음으로 예단과 함께 시댁을 방문했다.
이젠 시댁에서 풍기는 외할머니 안방 냄새도 많이 익숙해졌다.
예단을 차례대로 꺼내고 확인하면서 손임과 시댁 어르신들은 종연에게 하나하나 연신 예쁘고 곱다며 흡족해하셨다.
종연은 새삼 딸을 향한 정성스러운 부모님의 마음에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물밀 듯 밀려와 눈가가 촉촉해졌다.
예단을 보내고 얼마 후 손임은 친구들 대신 아주버님, 시동생과 함께 함을 이고 종연네 문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