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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쌍경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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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Sep 24. 2024

동정심을 버려라

야훼가 모세한테 명령했다. “미디안 놈들 혼 좀 내줘. 이스라엘 백성들한테 한 짓에 대해 원수를 갚아야지.”


미디안 여자들은 이스라엘 남자들을 꼬드겨서 같이 자고, 자기네 신한테 절까지 하게 만들었다. 진노한 야훼가 전염병을 터뜨렸는데, 하필 그때 시므리와 미디안 여자가 뒹굴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론의 손자인 비느하스가 진노하여 둘을 창으로 한방에 꿰뚫어 죽였다. 그랬더니 야훼도 좀 진노를 가라앉혔나 보다. 근데 이미 전염병으로 24,000명이나 죽었으니,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이다.


이스라엘 군대가 미디안을 쳐들어가서 남자들은 다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은 잡아가고, 재산은 싹 털고, 마을들은 불지른다. 그런데 모세가 화를 낸다. "뭐야, 여자들을 다 살려둔 거냐? 이 여자들 때문에 전염병이 돈 거잖아!" 그래서 남자 아이들과 처녀가 아닌 여자들은 다 죽이라고 한다. 하! 처녀들만 남겨서 노리개로 삼으라고 한 거다. 모세가 야훼한테 그렇게 명령받았나?


이게 요즘 시대라면, 로봇 킬러를 써서 해결했을 거다. 야훼의 명령이 입력된 로봇은 감정도 없고 동정심도 없으니까, 그냥 명령대로 싹 다 처리한다. 그럼 모세는 열 받을 일이 없다. 야훼는 결국 이스라엘 군대가 '살인 기계'이길 바란 거다.


모세가 죽고, 여호수아가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는 완전 로봇 킬러처럼 야훼의 명령을 척척 수행한다. 야훼가 “강하고 담대하라” 따위의 말들을 여러 번 하는데, 그것이 그대로 여호수아의 머리에 입력된 거다.


여리고 성이 무너지는 과정은 기가 막히다. 이스라엘 군대가 6일 동안 매일 한 바퀴씩 돌고, 마지막 날엔 7번 돌고 소리 지르니까 성벽이 확 무너져버린다. 그 후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인다. 라합이란 기생은 살려줬는데, 왜냐면 이스라엘 정탐꾼을 숨겨줬었기 때문이다. 야훼와 동행하는 사람은 안 죽인다. 동행, 그게 뭔가? 야훼 편에 선다는 말이다.  


진짜 야훼가 이방 민족들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을까? 사람이고 가축이고 다 죽이라는 건 유일신답지 않다. 요즘은 개나 고양이도 함부로 못 죽이는데 말이다. 그러니까 이건 여호수아가 모세한테 완전 세뇌돼서 한 거다. 모세의 죽음으로 혼란스럽고 두려우니까 칼을 막 휘두른 거다. 현대에도 독재자들이 사람들을 마구 잡아 죽이고 겁주는 일은 흔하다.


지금이었으면, 민간인 죽이는 건 전쟁 범죄로 딱 걸려서 여호수아는 전범으로 재판을 받았을 거다. 요즘은 폭격할 때 민간인 구역을 피해야 하는데, 여호수아는 그냥 칼로 노인들과 아이들까지 다 죽였다.


결국, 야훼가 약속한 땅을 다 먹을 때까지 이스라엘 군대는 성읍을 다 불태우고 사람도 다 죽였단다. 그걸 "호흡 있는 자는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라고 표현했는데, 이건 사람이 제정신으로는 못 할 일이다. 여호수아부터 이스라엘 군대 전부가 로봇 킬러처럼 프로그램되었기에 가능했던 거다. "강하고 담대하라."로.


아모리 사람들 공격할 때에는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진다. 이스라엘 군대가 적을 마구 학살하는 중에, 여호수아가 갑자기 야훼한테 "태양아, 기브온 위에 멈춰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쉬어라!" 했다. 그러자 진짜로 태양이 멈추고, 이스라엘 군대가 적을 다 죽일 때까지 태양이 떠 있었다.


과학적으로 보면, 태양은 원래 가만히 있고 지구가 돌고 있다. 그러니까 지구가 적어도 몇 시간 멈췄다는 말이다. 그건 달도 마찬가지다. 와! 그때 우주는 난리가 났을 거다. 기독교지도자들은 그때 지구 축이 22.5도 기울어졌다고 한다. 에이! 근데 뭐 어쩌겠나? 성경은 하나도 틀린 데가 없다잖은가.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 말라, 놀라지 말라.' 왜 이런 말이 필요했을까? 평범한 사람이면 할 수 없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소, 양, 당나귀까지 다 죽이려면 강하고 담대해야 한다.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피가 강물처럼 흘러도 겁먹지 말고, 성벽이 고함 소리에 무너져도 놀라지 말아야 했던 거다. 이스라엘 군대는 진짜로, 로봇처럼 감정 없는 킬러가 된 거다.


모세는 인종 청소의 창시자고, 여호수아는 그냥 살인 머신이다. 진시황이나 칭기즈칸도 아주 잔인했잖은가? 에이! 비교가 안 된다. 역사상 남녀노소 다 죽이고, 가축까지 싹 쓸어버린 사람들은 모세와 여호수아밖에 없을 거다.


기독교지도자들은 그때 가나안 사람들이 부패해서 야훼가 싹 쓸어버리라고 명령한 거고, 그것은 신의 정당한 명령이었다고 한다. 진짜 웃기고 있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으니 기독교가 요모양 요꼴이 된 거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나 보스니아 민간인 학살을 보라. 그리고 가나안 사람들과 그들을 비교해 보라. 가나안 사람들이 20세기 사람들보다 부패했었나? 정신 차려라.


기독교지도자들은 야훼가 그런 명령을 절대 안 했을 거라고 말해야 한다. 그건 그냥 모세와 여호수아가 야훼 핑계를 댄 거라고, 권력 강화를 위해 그런 만행을  저지른 거라고 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사람이나 신이나 어린아이를 죽일 자격은 없다. 근데 당시 아이들은 폭탄 파편 맞아 죽은 것이 아니라, 사람 손에 들린 칼을 맞고 죽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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