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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쌍경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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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밧드 Sep 16. 2024

독재는 못 참는다

금송아지 숭배를 빌미로 3천 명을 무작위로 학살한 사건은, 그 당시엔 어떻게든 효과가 있었나 보다. 백성들이 한동안 모세에 대한 원망을 삼켰으니까. 하지만, 뭐 오래가진 않았다. 게다가 프로이트의 주장대로 모세가 이집트 사람이라면, 이방인이 와서 내 동족을 죽였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얼마나 당혹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래도 그 당시엔 죽음이 겁나서 대놓고 뭐라 하진 못했겠지만, 속으로는 모세에 대한 원한이 쌓였을 거다.


이후 행군이 시작되자마자 불평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야훼가 불로 태워 죽여버렸다. 백성들은 또 고기 먹고 싶다고 징징대더니, 이번엔 메추라기 떼가 날아왔다. 하지만 야훼는 한 번 화를 내면 확실하게 내고 싶은지, 고기와 함께 재앙도 덤으로 보내서 또 다수의 백성들이 죽어나갔다.


모세의 행보에 또 하나의 역모성 사건이 일어난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한 걸 두고 아론과 미리암이 "야,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며 비방하기 시작한 거다. 이들이 누군가? 아론은 모세 형이고 미리암은 누나다. 남매가 엽합하여 모세 잡기에 나선 거다. 그런데 구스 여자는 누굴까?


구스 여자가 에티오피아 여자라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듯하다. 여기서 웃긴 건, 모세가 그 당시 독신이었는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거다. 어떤 사람들은 "구스 여자는 모세의 아내인 십보라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비방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십보라가 죽었고, 모세가 재혼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도 비방할 이유가 없다. 아무튼 이거는 모두 다 모세를 감싸주려는 변명이다.


만약 모세가 아내를 두고도 젊은 구스 여자를 취한 거라면? 그건 비방받을 만한 일이다. 게다가 모세가 이집트 출신이라는 걸 생각해 보라. 이스라엘 여자들보다는 외국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지 않겠나? 십보라도 미디안 사람인데, 이스라엘 여자는 모세의 취향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아론과 미리암은 "야, 우리도 야훼랑 대화하는데, 왜 모세만 특별대우냐?"라며 비방했다. 이건 사실상 모세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었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대변한 거였다. 근데 야훼가 미리암에게만 문둥병을 내렸다? 참, 미리암이 여자니까 여자로서 남동생의 여자를 질투했다고 그런 걸까? 미리암은 7일 동안이나 고생하고 깨끗해졌단다. 야훼는 진짜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병에 걸리게도, 낫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자랑이라도 하듯 보여준 거다.


기독교지도자들은 이 사건을 자기들 권위 세우는 데 잘도 써먹었다. "모세가 야훼의 종이니 그를 비방하지 마라. 잘못이 있어도 모세를 비방하면 문둥병 걸린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현대의 성욕 왕성한 기독교지도자들은 한술 더 떠 "우리를 비방하면 미리암처럼 혼난다!"고 하면서 성추행 피해자들의 입을 막아버린다. 어떤 신자들은 그들의 비행을 감싸 주느라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모세의 이야기는 갈수록 더 심각한 반란으로 치닫는다. 이번엔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돌아보고 온 뒤 벌어진 대소동이다. 12명의 정탐꾼 중 10명이 보고하기를, "가나안 땅은 우리가 덤벼들면 거미줄에 걸린 메뚜기 신세가 될 땅이다. 그곳 사람들은 너무 크고 우리는 너무 작아!"라고 한 거다. 그 소리에 백성들은 밤새 통곡하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이집트로 돌아가자!"며 새로운 장관을 뽑겠다고 난리를 쳤다.


그러나 여호수아와 갈렙은 다른 이야기를 했다. "뭔 소리야, 저 사람들은 우리의 밥이라니까! 야훼가 우리랑 함께하니까 겁먹을 필요 없어!" 하지만 백성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러자 야훼가 나타나 "거 참 말 안 듣는 놈들!" 하더니, 10명의 정탐꾼을 즉석에서 재앙으로 죽여 버리고, 20세 이상은 여호수아와 갈렙 빼고는 광야에서 뼈를 묻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너희 자녀들은 40일 동안 탐지한 땅을 40년 동안 걸어다니며 고생할 것이다!" 하루를 1년으로 계산한 거란다. 참, 야훼의 계산법은 기가 막히고 가혹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고라, 다단, 아비람이라는 세 명의 주동자가 250명의 족장과 함께 모세와 아론에게 따져 묻는다. "야훼가 우리랑 다 같이 있는 마당에, 너희 둘이 뭔데 우리 위에 군림하냐, 왕이라도 되려는 거냐?"


결과는 또 야훼의 불벼락! 땅이 입을 벌려 주모자 세 명과 그 가족, 그리고 고라의 소유물까지 싹 다 삼켜버렸다. 거참, 땅은 식성도 좋다. 거기다 250명의 족장은 불에 타 죽었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이야기를 이따위로 써 놓고 믿으란다.


이쯤 되자 이스라엘 온 백성이 모세와 아론을 향해 성토했다. "너희가 야훼의 백성을 죽였다!" 이 말을 듣고 야훼는 또 열 받아 전염병을 돌게 했고, 그 결과 14,700명이 죽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수시로 불평을 늘어놓았고, 그때마다 야훼는 불로 태우고, 전염병을 퍼뜨리며 마구 죽였다. 아니, 불평 좀 했다고 사람을 죽인다. 차라리 미리 물도 주고 고기도 줬으면 될 일 아닌가? 전지전능한 야훼라면 그 정도는 일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야훼는 사람 죽이는 방법밖에 모르는 거 같다. 


여기서 한 번 의문을 제기해 보자. 야훼가 정말 이랬을까, 백성들이 불평할 때마다 야훼가 사람을 죽였을까, 금송아지 사건으로 3천 명을 학살하고, 미리암을 문둥병에 걸리게 했을까?


더 웃긴 건, 야훼는 십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다. 그런데 살인 금지법을 공포한 본인이 살인을 해? 이건 마치 '개 식용 금지법'을 만든 국회의원이 개고기가 재료인 보신탕을 먹는 거랑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을 죽인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야훼가 아니라면, 모세와 그의 일당 말고는 없다. 모세가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사람들을 죽였고, 그 후에 십계명을 공포한 거다. 고라와 그 일당이 뭐라 했지? "너는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 하느냐?" 그렇다. 모세는 왕이 되려 한 거다.


게다가 모세가 이집트 사람이라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를 왕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다. 그래서 모세는 무리수를 두면서 이런 극단적 조치를 취한 거다.


화염, 지진, 전염병 같은 현상들은 그저 모세가 제 책임을 야훼에게 떠넘긴 거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 않나? 모세는 구약성경 처음 다섯 권을 직접 썼다. 3천 명을 죽였을 땐 어떻게든 백성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지만, 그 수가 수만 명에 달했을 때는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야훼가 벌을 내린 거라고 조작한 거다.


말도 안 된다고?

형제자매들이여! 전지전능하고 유일하신 야훼가 무작위로 수만 명을 학살했다고 하는 것보단 훨씬 말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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