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 할아버지 시즌 2
어제 아버지가 다급하게 나가시는 모습을 목도했다. 무슨일인가 싶어 따라 나가 봤는데 할아버지께서 숨을 쉬지 못하신다고 하셨다. 순간 에밀레 종으로 한 스무대 정통으로 때려 맞은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총명하시고 건강하시던 할아버지가 십 수년만에 저렇게 되시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응급실로 달려가서 창백하고 가냘프게 숨을 쉬고 계셨던 할아버지의 낯을 보고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청천벽력이다. 당장 서천(西天)에서 해가 떠도 이상하지 않고, 하늘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져도 생시다.아까 엄마가 울먹울먹하면서 할아버지께서 떠나셨다고 하셨다. 하늘을 잃은 것 갈은 상실감에 나는 멘탈이 무너져내려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영원히, 한 세월 더 사실것 같은 할아버지께서 오늘 떠나신 것이었다.
나에게 할아버지는 정말 하늘보다도 높으면서도 친구같은 존재였다. 정확히 6살 때 할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들이 있다. 할아버지 손 잡고 목욕탕에 가서 서로의 몸에 낀 때를 벗기며 웃었던 일, 할아버지 일하셨던 학교에 놀러가서 사촌들, 할아버지와 함께 가자미구이를 먹었던 일...그리고 조상님 묘지에서 성묘하고 할아버지댁으로 돌아가던 김에 경마공원가서 할아버지와 함께 놀았다. 그리고 형의 초등학교 학예회 때는 할아버지 품에 안기어 춤추는 형을 봤다.
그리고 새해마다 나는 할아버지의 덕담을 설레고 애타게 기다렸다. 늘 할아버지께서는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씀도 하셨지만 신선하고 유머스러운 덕담도 놓치지 않으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덕담은 "늘 씩씩하고 건강해라"였다. 소소한 말씀 같지만 그 안에 수많은 뜻이 담겨 있었다. 그야말로 그만큼 할아버지께서 나를 아끼고 사랑하셨다는 증거다.
그렇게 할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셨는데도 나는 할아버지께서 알츠하이머가 오신 뒤로 연락 한번 못 해드린 것을 너무 후회한다. 이렇게 가실 줄 알았으면 편지 한장이라도 보내드릴걸.... 하물며 할아버지의 구름과자 한 갑조차 사드리지 못 한 이 회한의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하리.
지금 나도 이렇게 넋이 나가 있는데 아버지는 오죽하실까? 할아버지가 떠났다고 생각하는 대신 아버지의 아버지가 떠났다고 생각하니 더 눈물이 한강수되어 흐른다. 150세까지 사실 것 같았던, 나의 하늘과 나무기둥과도 같았던 할아버지께서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좋은 곳으로 가셔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