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쩍은 취미에 관하여

지금껏 시도해본 취미에 관하여

by 혜윰

사람이 모든 일에 집중하고 몰두하는데는 사실 한계가 있는 법이다. 누구나 모든 취미를 잘 할 수 없다. 어떤 취미는 나에게 단짝이 되어주지만 또 어떤 취미는 스쳐 지나치는 사이가 되어 나에게서 도태된다. 나는 이 현상을 '취미 선택설'로 지칭하고자 한다. 하지만나는 단순히 종의 기원을 제창한 위대한 생물학자 '찰스'씨를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나의 취미 편력에만 치중하고자 한다.
세상에 수 없이 많은 생물 종(種)처럼 인류가 만들어낸 취미도 무궁무진하다. 그 중 나는 십만 분의 일 조차도 시도해보지 못 했으리라. 그나마 시도해 본 취미들도 이미 독서를 평생 취미로 삼은 터라 그 앞에서 스러져가거나 도태되었다. 사람들은 취미를 여러가지 가지라고 하지만, 나는 저들의 입장에 반기를 들고자 한다. 나의 취미에 대한 철학은 단짝 친구나 배우자 처럼 한 두개면 족하다고 본다. 나는 너무 취미를 중구난방 가지고 있으면 내 정체성이 묘연해질것만 같아 싫다. 그 뿐만이 아니라 취미를 몇십 개씩 가지면 그만큼, 몇 십만원이 삽시간에 깨진다. 궁극적으로 너무 많은 취미는 본업을 손쉽게 무너뜨린다.
나의 첫 취미는 독서다. 그리고 다른 취미는 역시 독서를 통해 호기심이 생겼고 이를 접했다. 하지만 종이접기, 레고, 프라모델, 기타, 자전거, 조각, 그림은 독서와 달리 시시해져 내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또한 야구나 축구 같은 내 또래 남자들이 좋아하는 취미 또한 나의 극도로 내향성 앞에서 도태되었다. 오로지 그 당시에는 독서만이 유일한 취미로 남았다. 그 뿐이랴. 내가 산만한 호기심 때문에 진득하게 책을 보는 와중에도 다른 취미들에 대한 욕구가 생겨났다 사라져갔다. 예를들면 내 또래 20대 여자애들이 주로 하는 뜨개질이나 모루인형 같은 DIY류다. 하지만 이 부류는 집안 어른들이 보시면 경악한 채로 '사내가 무슨 계집애 취미냐!!' 며 몹시 싫어하실 것 같아 반야심경을 듣고서 마음을 비웠다. 그리고 나도 몰래 TPO에 맞지 않는 취미에 대해 생각하는 나 자신이 미웠다.
그래... DIY, 다꾸는 엄마나 사촌누나가 봐도 충격먹고 게거품을 물 것이 눈에 봐도 선했다.
나에게 취미는 마치 유행처럼 등장했다가 혜성처럼 사라지는 존재다. 스티븐 잡스가 스마트폰을 발명한 이래로 유튜브라는 신매체를 접하면서 나는 수많은 취미를 알고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취미들은 신기루같이 사라졌다. 나는 하나같이 처음에는 '꿀잼'인 줄 알았던 취미들이 서서히 '노잼'으로 그 열기가 식어가는 현상을 객쩍게 여겨왔다.
나에게 싱거운 취미들이 날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다. 아니면 실제로는 내가 평소에는 관심 밖이던 취미들을 갑자기 내가 유튜브 같은 매체를 본 결과값으로 객쩍은 취미가 불청객으로 다가오게 했을까?
하지만 내게는 독서 외에 적자생존에 성공한 유일한 취미가 있다. 바로 글쓰기다. 독서와 글쓰기는 둘도 없는 단짝이다. 한때 유일했던 취미인 독서에게 짝을 지어준 셈이다. 경제에 빗댄다면 독서는 소비이고 글쓰기는 생산이기에 나의 두 취미는 경제적 논리로 순환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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