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음이 생긴 날

by 장수기

복숭아 농사를 지으면서 알게 된 큰 깨달음 중에 하나는 1 더하기 1은 2가 아니라는 점이다. 밭에서 혼자 일할 때와 둘이서 일할 때의 차이는 있음과 없음, 0과 1의 차이만큼이나 컸다. 둘이서 같이 일할 때, 나의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고, 내가 할 수 없던 것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생겨났다.


엄마는 일할 때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하면 덜 힘들어서 혼자 일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하셨다. 엄마가 밭에 계실 때 내가 집에 가서 꿀물을 한 잔 타서 가져오면,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목이 타들어갈 때 이 꿀물 한 잔이 있고 없고 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며 그 꿀물을 귀한 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항상 두 손으로 받으셨다.


그건 사람이 아니어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복숭아 밭에 일하러 가면 우리 강아지들도 내가 일하는 밭에까지 따라왔다. 강아지들이 나랑 같이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밭에서 자기들끼리 장난치며 놀다가 멀찍이 앉아 있다가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그러다 뒤돌아 보면 소리도 없이 내 뒤에 와 있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게 나한테 엄청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어떤 때는 일하다 보면 어두워질 때까지 밭에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 강아지들은 집에 가지 않고 내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러면 나는 깜깜해도 무섭지가 않았다.


피아노 배울 때 처음엔 오른손만 연습하고 다음엔 왼손만 연습하다가 3일째 되는 날부터 높은 음자리표와 낮은 음자리표가 함께 있는 큰 보표를 보면서 양손을 같이 연습하게 되었다. 피아노 배우기 전에, 피아노를 양손으로 치는 것이 나의 목표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금방 이루어질 줄 몰랐다.


그렇게 양손으로 치는 연습을 하다가 바이엘 9번이 나왔는데 '미'와 '솔'이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할 것 같다. 혼자 걷던 길에 누군가 불쑥 들어와 같이 걷는 것 같았던, 그 풍성함과 든든함이 좋아서 나는 틀리지 않아도 계속 바이엘 9번을 연습했다. 둘이지만 둘이 아닌 것 같은, 셋도 되고 넷도 되고 그 무엇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소리였다.


이 잊지 못할 순간을 '화음'이라고 했다. 사전에 '화음이란 높이가 다른 둘 이상의 음이 함께 울릴 때 어울리는 소리'라고 나와 있었다.


밭에서 일할 때, 우리 강아지들은 나의 화음이었다. 나는 높은 음자리표에서, 사랑이와 소망이는 낮은 음자리표에서. 그렇게 우리는 복숭아 밭에 함께 있는 음표였다. 그래서 나는 힘들지도 무섭지도 않았던 거였다.




이전 05화내 어린 피아노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