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피아노 친구

by 장수기

시작은 새콤달콤이었다. 학원에서 만난 7살 우진이는 내가 피아노 학원에 다닌 지 둘째 날부터 나에게 간식을 주었다. 태권도 학원을 마치고 피아노 학원으로 오는 우진이는 나보다 1시간 늦은 오후 5시쯤 학원에 도착한다. 학원 가방을 내려놓고 내 방으로 쪼르르 와서는 문턱이 없어 잘 열리지 않는 연습실 문을 자기 몸이 들어갈 만큼 간신히 열고 들어와 자신의 간식을 나에게 나눠주고 간다. 새콤달콤을 시작으로 나는 여러 종류의 간식을 맛보았다.


한 동안 포켓몬빵을 먹었다. 우진이 덕분에 말로만 듣던 포켓몬빵을 처음 구경하는 순간이었다. 손바닥 만 한 작은 빵에는 더 작은 피카츄가 그려져 있었다. 마침 나는 배가 무척 고팠고 우진이가 준 포켓몬빵을 한 입에 먹어버렸다.


다음날 우진이는 포켓몬빵을 봉지채 가져와서 피아노 의자 위에 올려놓고 이거 귀한 거에요라는 말과 함께 조그만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가 보는 앞에서 빵 봉지를 뜯었다. 그 안에는 두 개의 피카츄 빵이 들어 있었고 우진이는 그 귀한 것 중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빵만 있지만 내일은 속에 크림이 들어있는 엄청난 초코빵을 가져오겠다는 중요한 말을 남기고 나갔다. 그리고 다음날 우진이는 정말로 나에게 초코빵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은 실로 빵속에 초코 크림이 들어있는 엄청난 것이었다.


처음엔 반갑고 고맙고 귀여운 마음에 기쁘게 받아먹었지만 나보다 36살이나 어린 친구에게 이렇게 앉아서 날마다 먹을 것을 받아먹는다는 사실이 낯설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난 어른처럼 "난 괜찮으니까 너 먹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진이는 자기도 괜찮다며 집에 3개나 더 있다고 나보다 더 어른처럼 말했다. 그리고는 내 손에 포켓몬빵을 꼬옥 쥐어주었다.


어떤 날은 도시락 김을 가져와서 두 장을 입에 넣어주고 가고, 어떤 날은 내가 매운 새우깡을 모를 거라고 착각(?)하고 매운 새우깡을 나에게 먹어보라고 한 뒤에 내가 엄청 매워하는 모습을 보이자 자기의 작전이 성공했다고 착각(?)하며 엄청 좋아했다. 그런 우진이를 보며 나는 더 매워했고 그런 나를 보며 우진이는 결국 물까지 떠다 주면서 우리의 매운 새우깡 사건은 끝이 났다.


우진이는 나에게 간식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사실도 내 방으로 가져다주었다. 한 번은 바닥에 앉아서 종이 위에 무언가를 그리며 문어는 배가 고플 때 자기의 다리를 뜯어먹는다는 새롭고 비극적인 사실을 알려주었다. 나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그렇지 어떻게 자신의 다리를 뜯어먹을 수 있냐고 처음 듣는 문어의 배고픔과 어리석음에 대해 흥분했다. 그러자 우진이는 그런데 문어 다리는 다시 또 자란다며 나를 다시 안심시켜 주기도 했다.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듯이 나에게 간식을 물어다 주는(?) 우진이를 보면서 나는 선지자 엘리야와 까마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그릿 시냇가에 숨어 있는 엘리야에게 하나님은 약속대로 아침저녁으로 까마귀들이 떡과 고기를 가져다주어 그를 먹이게 하셨다. 나는 그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 내 모습이 딱 엘리야처럼 보였다. 나보다도 작고 어리고 눈처럼 하얀 우진이가 쇼팽 방에 숨어 있는(?) 나에게 날마다 포켓몬빵을 먹이고 있었다.


하루는 우진이가 피아노 연습은 하지 않고 혼자 춤을 추면서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며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계속 지켜보시던 원장님은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우진이, 오늘 왜 이리 시끄러워?"라고 물으셨다. 원장님의 질문에 우진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오늘 제가 기분이 너무 좋아서 그래요."


나는 우진이가 살면서 오늘처럼 기분이 너무 좋은 날이 자주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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