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 넓고 낮은 목소리로만 듣던 노래, <Love me tender>를 피아노 학원에서 처음으로 악보를 보면서 연습하게 되었다. 이 노래는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도 아니었고, 귀에 너무 익숙해서 들을 때마다 그냥 흘려보냈던 노래였는데 내가 직접 피아노로 한음 한음 눌러보게 되면서 그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되었다.
같은 노래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같은 곡이지만 팝송으로 들을 때와 피아노 연주로 들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나에게 이 노래는 피아노로 듣는 것이 훨씬 좋았다.
내가 배우는 교재에는 곡 전체가 실려 있지 않고, 단지 열여섯 마디가 나올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열여섯 마디를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이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운 곡인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특히 왼쪽 페이지에서 오른쪽 페이지로 넘어갈 때, '미'로 시작되는 첫마디가 나오는데 그 '미미미미 미미미'를 누를 때는 내 얼굴 표정도 바뀌게 된다. 나는 반복되는 한 음에 온 마음을 빼앗긴 채, 마치 자신의 전 생애를 피아노에 건 사람처럼 나의 온 마음을 그 한 음에 실어 보낸다. 이 구간을 연주할 때는 내가 마치 글렌 굴드라도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생각하는 이 노래의 백미는 바로 네 번째 마디에 있다. 오른손으로 '미'를 네 박자를 누르는 동안 왼손은 '도' 두 박자, '시' 두 박자를 누르게 되는데 '도'에서 '시'로 떨어지는 그 순간 내 심장도 같이 쿵 하고 떨어진다. 한 개의 물방울이 하나의 계단을 내려왔을 뿐인데 그 짧은 순간, 그 작은 물방울은 떨어진 자리에서 수평선을 그리며 끝없이 멀어져 간다.
나는 사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하는 사람이다. 가끔씩은 음악이 내 '업'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음악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으로만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전에는 관심 없던 노래가 내가 직접 피아노로 연주하게 되면서 이 곡이 새롭게 좋아지고 무엇보다 이렇게 한 음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피아노를 배우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음악의 숲을 보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그 숲으로 걸어 들어가 그 속에 있는 나무들이 어떻게 생겼나 자세히 하나씩 하나씩 바라 볼 참이다. 밖에서만 보던 세계를 그 안에서 보게 될 때 내 앞에는 또 어떤 놀라움과 기쁨이 튀어나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