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주 어렸을 때,
아들은 돈이란 것을 정확히는 알지 못했지만 맛있는 것을 사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는 정도는 알았던 것 같다.
어느 날. 출근하는데 아들이 내게 와서 손을 내밀며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아빠. 용돈’
내가 손을 내밀자
아들은 내 손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
그 조그만 손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아들이 태어나서 내게 준 첫 용돈이었다.
행복이 울컥거리며 올라온다.
아들을 꼭 안아줬다.
가슴에 쏙 들어온 아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값을 메길 수 없는 100원 동전이었다.
나는 그 동전을 지갑에 넣고 다녔다.
아마 몇 년을 넣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 그 동전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행복한 기억만 항상 머릿속에, 가슴속에 남아있다.
100원은 행복이 되었다”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면접에서 가끔씩 받는 질문이 있다.
‘회사와 가정 중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쉬운 듯하지만 참 거시기한 질문이다.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회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고 대답한다.
그런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회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있는 지원자가 ‘가정입니다’고 대답하면 뭔가 찜찜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일은 팽개친 채 집에만 신경 쓸 것 같은 느낌…
정답은 없다.
정답을 찾는 질문이 아니다.
적절한 명분을 대면 면접관도 이해한다.
‘회사가 아니라 집이라고…’라며 불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과 답변이 주는 의미는 크다고 생각된다.
은영중에 자신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박한 삶을 살면서 개인에 따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많겠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건강이, 또 다른 사람은 사랑과 나눔이 중요하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어(?) 가는 많은 분들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삶을 산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든 이 분들에게서 가장 먼저 들을 수 있는 말은 ‘국가를 위하여, 국민을 위하여’이다.
엄청난 애국자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하는 짓을 보면 자신의 권력과 밥줄을 위해 부끄럼 없이 행동한다.
국민국민 하다 보니 국민을 바보로 생각하는 듯하다.
뭐, 본심이야 어쨌든 자기 나름대로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국민을 위해서라고 자꾸 말하다 보면 열에 하나쯤은 진짜 국민을 위할 수도 있으니 거머리가 헌혈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기대해 볼 수 밖에…
직장인도 일상생활을 할 때 뿐 만 아니라 업무 할 때도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메겨 두면 좋을 것 같다.
내가 갓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때에는 가정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없었다.
아무리 가정에 중요하고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항상 회사가 우선이었다.
뭐 집안일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회사일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한다.
마쳐야 할 시간을 연장하여 일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과거세대 직장인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칼같이 회사일을 마치고 자신의 취미활동 등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기혼자들은 가사일을 분담하거나 육아를 위해 노력한다.
자연스럽게 가정을 삶의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데 매우 좋은 현상이라 생각한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하면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눈치나 보며 어영부영 시간 보내지 않아야 한다) 회사일을 한 후, 주저없이 퇴근하여 자기개발이나 가정에 충실하는 것이야 말로 급여생활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일 것이다.
나는 입사하고 약3개월 후에 결혼을 하였다.
그리고 10개월 후, 아내는 출산일이 임박했기에 소규모 산부인과 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때 나는 은행에서 어음교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어음교환 업무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거래 등으로 주고받은 어음이나 수표 등을 각자의 거래은행에 입금하면, 그 다음날 일찍 각 금융기관의 어음교환원이 금융결제원에 모여 각 금융기관이 발행한 어음, 수표를 해당은행으로 갈 수 있도록 교환하는 작업을 하는 업무다.
교환되는 전표들이 너무 많아 아침 일찍부터 시작하여, 주고받은 실물의 매수와 합산 숫자가 정확히 맞아야 오전 어음교환업무를 마치게 된다.
그렇게 한 후 지점으로 가져온 어음을 다시 한번 계산, 확인한 후 각 텔러들이 처리할 수 있도록 업무별 담당자에게 배분하는 일이다.
아내가 산부인과에 입원했던 날은 어음교환 작업이 조금 늦게 마쳐졌다.
오전 10시 넘어 지점에 오니 처가 댁에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아내가 새벽녘에 병원에 입원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산통이 시작되었고 분만유도제를 맞았는데도 몇 시간 째 심한 산통만 있고 출산이 되지 않아 너무 고통스러워 하고 있어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제왕절개를 하기 위해 보호자의 자필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급박한 상황이라 계속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되었다고…
지금 당장 와서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지점을 떠날 수가 없었다.
어음교환 업무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업무라 완벽하게 마치지 않으면 큰 혼란이 올 수 있었다.
그날따라 교환해 온 어음 매수가 많아 전화를 받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업무를 마쳤다.
그러고나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서무계장에게 자초지종 설명하고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 간호사, 가족들의 비난하는 듯한 눈초리가 쏟아졌다.
마치 '세상일 니 혼자 다하니? 그래 잘났다' 라고 욕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연분만이 어려워 제왕절개를 하기 위한 수술 동의서가 필요한데,
분만진통이 시작되고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으니 그런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간호사분이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수술 동의서를 들이밀며 ‘산모가 진통으로 고통받은 지 벌써 너 댓 시간이나 지나 지칠 대로 지쳐 있어요. 이제오면 어떻 해요’ 라고 쏘아붙였다.
나보다 더 아내의 고통을 이해해 주는 모습이라 딱히 뭐라고 대꾸조차 할 수 없었다.
괜히 간호사에게 미안 해하며 수술동의서를 받아 서명을 하였고, 얼마되지 않아 예쁜 첫째가 황금빛 물고기처럼 펄쩍 뛰면서 나의 품에 안겼다.
요즘 같으면 당장 이혼 감이지만 그때는 그런 상황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저, 오늘 집사람이 출산하는 날이라 휴가를 사용하고 싶습니다' 라고 상사에게 말씀드리면, '니가 애 낳냐 임마' 라고 하던 시절이었으니...
학업과 취업이라는 고통의 시간을 극복한 젊은 사람들이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 세상에 홀로 선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한 때에 배우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구성하여 함께한다는 것은 긴 인생에서 항상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자신만의 새로운 뿌리를 만드는 것과 같다.
그 뿌리에 최우선의 순위를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요즘 젊은 세대처럼 가정을 우선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국가를 위해서, 회사를 위해서.
뭐, 다 좋다.
백 번 양보한다 손 치더라도, 회사에는 주어진 시간에 땡땡이 치지 않고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회사와 국가를 위하는 일이다.
가정에 최선을 다해야 할 순간까지 회사를 위해 에너지를 쏟아 넣을 필요는 없다.
일을 마치면 집안일, 육아 등도 하고 자기개발도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정상이다.
회사니, 국가니 큰소리 치더라도 항상 가정을 최우선 순위에 뒀으면 좋겠다.
32년 회사생활 마치고 집으로 온 날, 거실 벽에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엄마 아빠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지난세월 저희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 덕분에
이자리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저희에게 더없이 소중한 분들입니다.
부모님이 베풀어 주신 참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받은 사랑 모두 보답할 수 있도록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감동과 행복이 밀려온다.
내가 부모님 살아생전 하지 못한 것을 우리 자식들에게 받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감사한 맘 뿐이다.
이런 게 가정이다.가정은 행복의 뿌리고 모든 힘의 근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