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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인의 Jan 04. 2024

미국에선 왜 아프지 않은데  소아과를 갈까?

미국 Well Child Visit (영유아건강검진) 개요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와 L.A. 에서 소아과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 박주얼입니다.


한국에서의 흔한 소아과 풍경을 떠올려보면, 기침하고 콧물을 흘리는 아픈 아이들로 가득한 분위기가 생각나시죠? 한국 부모님들의 소아과의 대한 다수의 인식은 아마 "아픈 아이를 치료하러 가는 곳"일 거예요. 반면에 미국에서의 인식은 완전히 달라요. 미국 소아과는 "건강한 아이의 검진을 받으러 가는 곳", 즉 "Well Child Visit"을 위한 곳이고 이를 위한 진료가 전체 진료의 60-80퍼센트를 차지해요. 그 외의 진료가 실제로 아픈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고요.


이 "Well Child Visit"의 개념이 생소하실 텐데, 저도 역시 수련을 처음 받기 시작할 때 의아해했던 부분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소아과의 영유아건강검진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사실 한국 소아과에서 시행하는 영유아검진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Well Child Visit의 시스템을 한국에 도입한 것입니다. 역사도 2007년에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았고 검진 스케줄도 최근에 업데이트되는 등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어요 [1].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영유아검진 수검률은 빠르게 올라 2021년 기준으로 87%로, 미국이 2017년에 기록한 62%를 훌쩍 뛰어넘었네요 [2,3]. 아마 한국의 부모님들께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영유아건강검진 결과표를 제출해야 되는 게 큰 이유이겠지만, 이렇게 제도가 생기면 역시 빨리빨리 바뀌는 한국이 참 신기하기도 해요.


왜 미국의 소아과는 이렇게 Well Child Visit을 중요하게 여기고, 한국 소아과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Well Child Visit을 통해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을 뿐만 아니라, 나이에 적절하게 다방면 (의사소통, 운동, 사회성 등)으로 발달을 잘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아이가 아플 것을 대비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가 천식 같은 지병이 있으면 어떻게 관리하고 증상 악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꼼꼼히 알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고요. 실제로 Well Child Visit을 꾸준히 다닌 아이들은 그러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병원에 입원할 확률이 대략 40% 낮다고 해요 [4,5]. 




이번 글에서는 한국과 미국 영유아건강검진의 스케줄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보기 쉽게 아래에 테이블로 정리해 보았어요.

출처: 국민건강보험,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대충 보면 한국에 비해 미국의 스케줄이 더 빽빽하죠? 생애 첫 3년이 아이의 발달에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에선 이 기간에 2개월-6개월 주기로 밀도 있게 검진을 하고, 그 후로는 1년마다 검진을 해요. 또 다른 큰 차이점은 한국에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한 이후로는 학교에서 3년마다 (초1, 초4, 중1, 고1) 검진을 이어 나가지만, 미국에선 21살까지 소아과에서 매년 검진을 받아요


이렇게 검진 스케줄이 다른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예요. 아무래도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원이 워낙 많고, 의료에도 지출을 많이 하는 나라여서 더욱 자주 소아과를 방문하기를 권하는데, 그에 비해 한국은 효율적으로 필수적인 검진을 받는데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또 제가 미국에서 진료를 하면서 느낀 것은, 미국에선 검진이란 방문 자체가 상담이 주 업무라는 인식이 강하고, 상대방이 누구든지 질문을 스스럼없이 많이 물어보는 문화도 있어서 잦은 방문을 통해 Q&A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아요. 상담할 내용 도 참 많은 게 미국 특유의 환경 때문에 한국에선 잘 이야기하지 않는 내용 (총기사고, 납중독, 성병감염, 소아비만 예방 등)을 다 다뤄야 하거든요.




앞으로 수 회에 걸쳐 미국의 Well Child Visit에서 각 방문 시기에 다루는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글을 올리려고 합니다. 미국의 방식이 완벽한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제가 보고 배운 것 중 한국 소아과에선 시간이 부족하거나 아직 일반화되지 않아 다루지 않는 내용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화와 환경 차이에서 비롯된 신기한 점들도 다루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여러모로 이런 콘텐츠가 한국에 계신 젊은 부모님들께,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한 담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image credits: Pixabay - orzalaga 


출처:

1. Moon JS. Review of National Health Screening Program for infant and children in Korea. Journal of the Korean Medical Association. 2010 May 1;53(5):377-85.

2.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검진통계연보」

3. Abdus S, Selden TM. Well-child visit adherence. JAMA pediatrics. 2022 Nov 1;176(11):1143-5.

4. Hakim RB, Bye BV. Effectiveness of compliance with pediatric preventive care guidelines among Medicaid beneficiaries. Pediatrics. 2001 Jul 1;108(1):90-7.

5. Hakim RB, Ronsaville DS. Effect of compliance with health supervision guidelines among US infants on emergency department visits. Archives of pediatrics & adolescent medicine. 2002 Oct 1;156(10):10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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