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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인의 Jan 06. 2024

태어나자마자 미국 아이들이 소아과로 가는 이유

미국 Well Child Visit (영유아건강검진) 3-5일 차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산후조리원"을 재밌게 봤습니다. 예전에 오징어게임을 보면서도 든 생각은, 이런 드라마는 정말 "한국 아니면 절대 만들 수 없겠다"는 것이었어요. 한국은 산모의 80%가 산후조리원을 사용해 산후조리원이 지극히 일반적인 문화지만, 미국을 포함한 한국 이외의 나라에선 산후조리원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1]. 제가 신생아집중치료실 (NICU)에서 근무할 때 같이 근무하던 신생아과 펠로우에게 산후조리원 드라마 이야기를 해주니, 그런 제도가 너무 신기하다면서 자기도 꼭 봐야겠다고 이야기 한 기억이 납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면밀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선 이런 과정이 산후조리원에서 주로 이루어지지만, 미국은 산후조리원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관찰과 관리가 소아과에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선 아이가 출산 병원에서 태어나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생애 3-5일 차에 첫 검진, 혹은 Newborn visit을 위해 소아과를 방문하게 됩니다. 한국에 첫 검진이 생애 14일-35일 사이로 늦는 이유도 이런 산후조리원 문화가 있기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네요.


한국 영유아건강검진과 미국 Well Child Visit 스케줄은 이전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brunch.co.kr/@91bdc393a9674fb/1




소아과 의사와 아이와는 첫 만남이지만, 부모와는 이미 안면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하이오에서 수련받을 때 일반 소아과 의원에서 실습을 돈 적도 있었는데, 이제 곧 출산이 예정된 산모가 소아과를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앞으로 길게는 아이가 대학을 다닐 때까지 맡길 소아과를 골라야 하기 때문에, 출산 전에 여러 소아과를 투어 하면서 결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소아과 선생님도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아예 날짜를 정해 여러 산모에게 신청을 받아 설명회를 진행하는 모습이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산모도 처음 만나는 경우라면, 아이에 대해 알아가기 전에 산모의 병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전에 임신 및 출산한 적이 있는지, 임신 전 및 임신 중 지병이 있었는지, 출산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 기본 병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은 한국보다 HIV나 매독 같은 성병 유병률이 높은데, 임신 중 성병을 제대로 관리받지 않았을 경우 아이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병력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임신 중 술이나 담배 사용률도 높은 편이라 이에 대한 가능성도 인지해야 합니다. 실제로 미국 임신부 중 12%가 임신 중 술을 마신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2].


. Newborn visit에서 신생아를 볼 때 중점을 가지고 물어보는 것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가입니다.

- 잘 먹는가: 하루에 8-12번 모유/분유를 먹이는지, 모유수유 중이라면 젖은 잘 나오는지, 통증은 없는지, 아이에게 비타민 D는 주고 있는지

   > 모유 생산은 출산 후 5일 차까지 서서히 증가합니다. 통증이 있다면 수유 테크닉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앞에서 직접 수유해 볼 것을 부탁하고 문제를 바로잡아 줍니다. 모유의 비타민D 함유량은 산모마다 다르고, 아무리 많아도 필요량인 400 유닛의 15%밖에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충해줘야 합니다.

- 잘 싸는가: 하루에 적어도 소변 4번은 보는지, 변 색깔은 정상인지

   > 소변 횟수가 3회 이하면 탈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얀 변은 담관 폐쇄증을 의미합니다.

- 잘 자는가: ABC of safe sleep (alone, back, crib)을 실천하고 있는지, 적어도 3시간마다 깨는지

   > 아이가 부모와 함께 침대에서 자거나, 엎드려서 자거나, 아기 침대 안에 이불이나 인형 같은 물체가 있으면 질식해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신생아는 패혈증일 수 있기 때문에 응급상황입니다.


미국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질문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미국에선 뉴욕 맨해튼 같은 특이한 곳을 제외하면 거의 모두가 차를 운전하기 때문에 카시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카시트는 적어도 1살 까지는 후방을 향해야 합니다. 또한 산모가 아이의 아빠와 같이 살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서포트를 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도 확인하는데요,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경우 엄마가 아이에게 충분한 신경을 쓰지 못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진 다음은 신체진찰입니다. 출생한 병원에서 퇴원 전 신체검진을 이미 했겠지만, 심잡음 같은 미세한 부분은 놓칠 수도 때문에 다시 꼼꼼하게 신체진찰을 합니다. 또한 출산 후 첫 주는 산모가 모유 생산량이 부족해 황달이 자주 생기기 때문에, 저희 병원에선 모든 신생아를 경피용 측정기로 선별검사를 하고, 높을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Anticipatory Guidance를 하고 나면 검진이 끝나게 됩니다. Anticipatory Guidance는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앞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미리 해주는 상담이에요. 다룰 주제는 산모와 아이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응급상황에 대한 내용 3가지(섭씨 38도가 넘는 발열, 24시간 내 소변 횟수 3회 이하, 아이를 깨워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는 꼭 빼먹지 않고 말해줍니다. 탯줄은 생애 1-2주 사이에 보통 자연스럽게 떨어지는데, 아직 탯줄이 남아 있을 때 목욕을 하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이틀에 한 번씩 스펀지를 사용해 씻기라고 교육해 줍니다.


첫 검진이라 다룰 내용이 많았지만, 다음 만남인 2주 차 검진은 몸무게 확인이 주목적이라 다행히 좀 더 간단합니다. See you in a bit!



photo credit: Pixabay - SeppH


1. 산후조리실태조사. 보건복지부 (2021)

2. Denny CH, Acero CS, Naimi TS, Kim SY. Consumption of alcohol beverages and binge drinking among pregnant women aged 18–44 years—United States, 2015–2017.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2019 Apr 4;68(16):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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