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얼인의 Jan 08. 2024

부디 살은 잘 찌고 있기를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2주-4주 차

미국에선 지역과 병원마다 편차가 있지만 생후 2-4주 차에 2차 Well Child Visit을 하게 됩니다. 반면 한국은 2021년 이전에는 영유아검진 1차 시기가 생후 4-6개월이었습니다. 산후조리원을 생후 2주 정도에 졸업하고 생후 4개월까지 긴 공백이 있었는데, 다행히 한국에서도 2021년부터 생후 14-35일에 검진이 추가되었습니다. 생애 초반일수록 면밀한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만큼 바람직한 제도 개선입니다. 어차피 한국에선 생후 1개월에 BCG 백신(결핵)과 B형 간염 2차를 받아야 하니, 예방접종받으러 소아과 온 김에 검진도 같이 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미국은 한국에 비해 결핵과 B형 간염이 덜 흔하기 때문에 BCG 백신은 맞지 않고 B형 간염 2차는 주로 2개월 검진 때 다른 백신과 같이 맞습니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위는 한국에서 1차 영유아건강검진에 포함되는 내용인데, 큰 틀은 미국의 2차 Well Child Visit (생후 14일-28일)과 비슷해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건강교육의 이미 많은 부분은 생후 3-5일인 1차 Well Child Visit에서 다룬 내용이네요. 2차 검진에서도 1차 검진과 같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지 확인합니다. 1차 검진 내용은 아래 링크에 있는 이전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https://brunch.co.kr/@91bdc393a9674fb/2




제가 수련 중인 병원은 2차 Well Child Visit을 생후 4주가 아닌 2주에 하는데요, 굳이 이때 하는 주된 이유는 아이의 몸무게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신생아는 생후 1주 이후에 몸무게가 약 10%, 제왕 절 게로 태어난 경우에는 12%까지 빠지는데, 생후 2주까지 출생체중으로 회복을 하지 못한다면 충분한 영양을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신생아 무게는 그람 단위까지 측정하는 체중계가 필요하고 옷을 다 벗겨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재는 체중은 정확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통상적으로 산후조리원이 신생아를 생후 2주까지 관리하면서 몸무게를 매일 잴 테니까 이런 걱정은 없을 것 같네요.


또한 2주 차가 중요한 이유는 이때 즈음에 출생병원에서 검사한 선천성대사이상 검사결과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선천성대사이상은 꽤나 드물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데요, 생애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나중에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장애를 앓게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검사입니다. 미국에선 검사가 양성일 확률이 0.2%라고 하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1]. 한국은 기본적으로 페닐케톤뇨증,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 갈락토스혈정, 갑상선기능저하증, 부신기능항진증 6가지만 검사하지만, 미국은 무려 80개를 검사합니다 [2]. 여기에는 흑인에게 흔한 낫적혈구병 (Sickle cell disease), 백인에게 흔한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에 대한 검사도 포함이 돼있습니다. 인구도 많고 인종이 다양하다 보니 검사할 것도 많네요.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선 1차 영유아건강검진 수검률이 낮습니다. 2022년 기준으로 영유아건강검진 전체 수검률은 80.7% 인대 비해, 1차 수검률은 50.1%밖에 안된다고 하네요 [3]. 이때 검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아직 부족한 것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1차 영유아건강검진을 제공하는 소아과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한국의 소아과들은 오픈런이 무성할 정도로 정신이 없는데 검진에 대한 수가(건강보험에서 정해놓은 의원에게 지불하는 금액)가 워낙 낮아 1차 검진에 참여하기 꺼려하고 있습니다 [4]. 참고로 한국에선 1차 영유아건강검진 수가는 27,100원이고 [5], 미국은 병원과 보험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의 큰 병원 체인인 Kaiser Permanante에서는 소아과 검진 비용이 $227으로, 약 30만 원이나 청구합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소아과는 다른 과에 비해 수입이 적어 비인기과로 분류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영유아건강검진 수가가 적절히 조정되어 더 많은 아이들이 검진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앞으로 6주 후에는 2개월 Well Child Visit입니다. See you in a bit!




image credit: Pixabay - Ben_Kerckx


reference:

1.Sontag MK, Yusuf C, Grosse SD, et al. Infants with Congenital Disorders Identified Through Newborn Screening — United States, 2015–2017. MMWR Morb Mortal Wkly Rep 2020;69:1265–1268. DOI: http://dx.doi.org/10.15585/mmwr.mm6936a6external icon.

2. https://www.cdph.ca.gov/Programs/CFH/DGDS/CDPH%20Document%20Library/NBS%20Documents/FINAL_CoreDisordersScreenedCA2020October.pdf

3. 2022년 건강검진통계연보. 국민건강보험.

4. https://mn.kbs.co.kr/news/pc/view/view.do?ncd=5484112

5. https://m.blog.naver.com/39954/222986680702

6. https://healthy.kaiserpermanente.org/content/dam/kporg/final/documents/health-education-materials/fact-sheets/sample-fees-list-nw-en-2023-ada.pdf



이전 02화 태어나자마자 미국 아이들이 소아과로 가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