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2개월 차
Happy mom, happy baby
2개월 차 검진은 아이와 엄마, 두 사람에게 중요한 시기입니다. 아이는 2개월부터 예방접종 주사를 한꺼번에 많이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고생입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TDaP), 폴리오, b형 간염,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로타바이러스 백신을 한꺼번에 다 맞고, 똑같은 걸 생후 4개월, 6개월에 3번 더 받아야 합니다. 또한 2개월 때부터 사회적 미소를 보이거나 엎드렸을 때 고개를 드는 등 뚜렷한 발달단계를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에 발달지연을 놓치지 않기 위해 검진에서 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2개월 차는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 제일 흔하게 발견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산후우울증보다 보다 가벼운 병인 산후 일과성 우울증 (Postpartum blues)은 많게는 80%의 산모에게서 생기나 보통 생후 2주 안에 회복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산후우울증은 모든 산모의 12%에서 발견되고, 그리고 저소득층이나 20대 미만 산모에게선 더 높은 확률로 생긴다고 하죠 [1]. 산후우울증을 감지하고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산모의 정신건강을 지켜야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산후우울증이 아기의 향후 인지장애와 행동장애를 유발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생후 6주차 즈음이 아이가 제일 많이 우는 때인것과 연관이 깊습니다. 우는 것은 발달적으로 적절한 과정이지만, 무엇을 해도 아이가 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을 경험한 부모는 흔히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도저히 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 아이를 보고 영아 산통 (colic), 혹은 배앓이가 있다고도 하는데요, 이게 정말 심하면 부모가 참지 못하고 아이를 잡고 흔들어버리는 아동학대 (shaken baby syndrome)로도 자칫 이어질수 있기 때문에 예방적 교육이 중요합니다. 영아 산통에는 "rule of 3"가 있다고도 하는데요,
생후 3주에 시작하고,
하루에 3시간 정도, 일주일에 3일, 3주 이상 지속되고,
생후 3개월차에 서서히 없어집니다
소아과에선 이와 같이 영아 산통이 일시적이라는 것을 교육을 해 줌으로서 부모에게 "거의 다 왔다"라고 희망을 주며 육아 초기를 버틸 수 있게 도움을 주려 합니다.
첫 몇 개월 동안 아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때문에 한편으로 제일 취약한 시기입니다. 이런 성장 과정에서 아이가 부모를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아이는 부모가 얼굴을 마주해 주고 말을 걸어줄 때 사회성과 언어를 배우게 되는데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아이가 배고프거나 기저귀가 차 도움이 필요하다고 울 때 엄마가 제때 와주지 못하면 아이는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해 불안하게 됩니다. 산후우울증이 있으면 모유수유를 하기 어려워할 뿐 아니라 제때 분유도 주지 못해 영양결핍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 아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교육사항 (카시트 사용하기, 아이를 등으로 눕히기)도 엄마가 지키기 어려워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불안감과 공격성이 높고 사회성과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며 더 나아가 애착장애, 행동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과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고, 우울증의 경우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되어 우울증을 겪게 될 가능성이 7배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1-2].
그래서 미국 소아과에선 영유아건강검진을 할 때 엄마를 대상으로 총 4번에 (1개월, 2개월, 4개월, 6개월)걸쳐 산후우울증 검사를 합니다. 이렇게 검사를 반복하는 이유는 처음에는 엄마가 본인이 우울하다는 사실을 표출하기 어려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dinburgh Postnatal Depression Scale (EPDS)라는 설문지를 통해 10개의 질문을 묻는데, 총 30점 만점에서 9점 이상을 받으면 확진과 치료를 위해 정신과로 의뢰를 하게 됩니다.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산후우울증을 매우 심각하게 여겨 아예 New Family Care Clinic이란 부서를 만들어 산후우울증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엄마가 아이를 검진하러 올 때 소아과와 정신과가 동시에 진료를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이곳은 엄마의 산후우울증에 대한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엄마와 아이의 bonding, 즉 유대감을 높이는 기술 (아이와 얼굴 맞대기, 자주 이야기 해주기, 아이 달래주기 등)에 대해서도 상담을 해줍니다. 이 클리닉에 처음 올 땐 엄마와 아이 둘 다 어두운 표정이지만 다행히 치료를 받으며 엄마와 아이 사이에 웃음꽃이 피아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저에겐 참 보람찬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한국 영유아건강검진에는 안타깝게 생후 2개월에 검진 일정이 없을뿐더러 1차 (14일-35일)나 2차 (4개월-6개월) 검진 설문지에도 산후우울증에 대한 문항은 없습니다. 엄마의 건강이 곧 아이의 건강인만큼, 영유아건강검진이 엄마의 상태에 대해 궁금하지 않아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습니다. 다행인 건 한국에서 예전에 비해 정신과 문을 두드리는 것이 덜 부담스러운 일이 되었기에 한국의 젊은 어머니들이 보다 자신의 정신건강을 더 잘 챙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 영유아건강검진도 산후우울증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문항을 정식으로 추가했으면 바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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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1. Earls, M. F., & Committee on Psychosocial Aspects of Child and Family Health. (2010). Incorporating recognition and management of perinatal and postpartum depression into pediatric practice. Pediatrics, 126(5), 1032-1039.
2. Netsi, E., Pearson, R. M., Murray, L., Cooper, P., Craske, M. G., & Stein, A. (2018). Association of persistent and severe postnatal depression with child outcomes. JAMA psychiatry, 75(3), 247-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