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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인의 Jan 31. 2024

돈이 너무 많으면 생기는 문제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15개월 차

돌 전에는 아이가 걷기를 그렇게 기다렸는데, 아이가 생후 15개월이 되면 슬슬 걷는 것 때문에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합니다. 걷기를 마스터 한 아이는 이전에 맛보지 못한 이 능력을 만끽하며 부모에서 떨어져 더욱 세상을 탐험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탐험하는 것을 억제하고 과잉보호를 하면 아이가 부끄러움, 분노, 불안함 등의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적절히 탐험하게 해주는 것이 아이의 정상적인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탐험을 할수록 부모의 눈을 벗어나기 마련이고, 그러다 안전사고가 발생하게 되기 마련이죠.


그래서 생후 15개월 차 검진은 아이가 탐험을 시작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제 더 넓은 세상을 맛본 아이는 후방 카시트를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아 생후 12개월 전후에 카시트를 전방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후방이 전방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가 너무 많이 자라 카시트가 너무 작지 않은 이상 후방을 권장하고, 적어도 생후 24개월 까지는 후방 카시트를 사용할 것을 권합니다. 그 외에도 걸어 다니는 아이가 있는 집에는 모든 물체가 위험해 보이게 되죠? 텔레비전이나 옷장처럼 넘어질 수 있는 가구는 벽에 고정하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가구에는 패딩을 붙이고, 약이나 세척제가 들어있는 서랍은 자물쇠로 잠가 두고, 전기 콘센트에는 커버를 붙이는 등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렇게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준비하는 과정을 미국에선 childproofing이라고 합니다. Waterproof가 물을 막는 방수를 뜻하듯, childproof는 아이가 다치는 것을 막는 개념입니다.


물론 여느 검진과 같이 확인할 것은 확인해야죠. 키와 몸무게는 성장곡선을 따라 잘 크고 있는지 확인하고, 블록 3개는 쌓는지, 이름에 반응하는지, 손가락질은 하는지 확인하면서 적절하게 발달을 하는지도 봅니다. 생후 15개월은 통상적으로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DTaP) 4차 백신을 맞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안전교육 내용 중, 미국이란 나라이기 때문에 정말 특이적인 내용 하나가 있어 좀 더 자세하게 다뤄보려고 합니다. 바로 익사 예방입니다.


왜 익사 예방이 중요할까요? 미국은 개인 수영장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완성이 개인 수영장인 걸까요? 미국은 워낙 기본 소득이 높다보니 수입이 평균 이상인 가구는 뒷마당에 수영장은 큰 부담 없이 짓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는 현재 1천만 개의 개인 수영장이 있다고 하니, 얼추 인구 30명당 수영장이 하나가 있는 셈이네요. 물론 주마다 날씨가 워낙 다르다 보니 편차가 큰데요, 따듯한 애리조나나 플로리다의 경우 13-14명당 수영장 하나가 있고, 제가 있는 캘리포니아는 29명당 하나, 알래스카는 122명당 수영장 하나가 있다고 합니다 [1].


아메리칸 드림의 완성 - 뒷마당 수영장


어떻게든 마당에 수영장을 욱여넣는 미국의 의지가 보이는 사진입니다. 제  아파트 복도에 걸려있는 사진인데, 미국인들 눈에는 이런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나 봅니다.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멋모르고 뒷마당에 있는 수영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빠져 익사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미국에선 매해 1000명의 아이들이 익사로 목숨을 잃는다고 합니다. 특히 1-4세 사이에선 익사가 가장 큰 사망의 원인이라고 하고, 대다수의 사망이 개인 수영장에서 일어난다고 하죠 (1세 이전은 욕조, 4세 이후는 강이나 호수 같은 담수가 원인입니다) [2]. 바다에서 일어나는 익사는 10% 이하로 생각보다 적었는데, 미국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륙에서 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 집에 수영장이 있으면 익사 예방 교육을 하는 것이 필수지요. 아이가 물 주변에서 절대 눈에 벗어나면 안 되는 것을 강조하고, 수영장 주변을 펜스로 두를 것을 권고합니다. 또한 예전에는 4세 이하의 어린이가 수영을 배우는 것을 권하지 않았는데, 최근 연구에서 1-4세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치면 익사의 위험이 감소한 결과가 있기 때문에, 아이가 물에 노출이 많고 전반적으로 발달이 빠른 경우 선별적으로 일찍 수영을 가르칠 것도 권합니다 [3].




미국 소아과는 이처럼 예방에 대한 교육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합니다. 그래서 "an ounce of prevention is worth a pound of cure"라는 말도 있죠. 1파운드가 16온스니까, 예방이 치료보다 16배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저도 수련 초기에는 진료하면서 시간이 부족할 때 예방 교육을 빨리 넘어가곤 했는데, 중환자실에서 예방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한 끔찍한 안전사고 케이스들을 보면서 더욱 예방의 중요성을 실감하며 상담에 더 열을 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image credit: Pixabay - Engin_Akyurt


references:

1. https://poolresearch.com/us-pool-data/

2. BRENNER, Ruth A., et al. Where children drown, United states, 1995. Pediatrics, 2001, 108.1: 85-89.

3. DENNY, Sarah A., et al. Prevention of drowning. Pediatrics, 201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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