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의 설렘 뒤엔, 생각보다 많은 '현실'이 있었다.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은 신축 아파트였다.
깨끗하고 편리한 새집이 주는 설렘도 컸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다.
입주 후의 현실과 적응의 과정을 통해 진짜 '내 집'의 의미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나는 원래 신축 아파트에 대한 로망이 없었다.
집은 '공간'보다 '생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이 좋고, 생활 동선이 편리한 게 나에겐 중요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처음 마련한 집은 신축 아파트였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가격'이었다. 같은 평수의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내가 비교한 곳은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단지들과 연식이 선호도가 있는 준신축 아파트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를 가진 신축 단지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이유는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었다. 우리 아파트는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네다섯 개 단지가 둘러싸여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 접근성이 좋아 통학로가 안전한 곳이다.
이 두 가지가 내가 지금의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입주 전에는 '새집이니까 다 좋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와 보니, 신축이라서 생기는 불편함도 적지 않았다.
입주 전·후로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공용시설이나 단지 내 규칙이 아직 정비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 종종 생겼다.
하자 처리도 큰 스트레스였다.
신축 아파트의 하자 보수 기간은 입주 후 2년이다.
문제는 입주 전에 발견한 하자뿐 아니라 살면서 새로 생기는 하자들도 계속 생긴다는 점이다.
하자보수 요청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입주민 간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법적 분쟁까지 가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신축 단지의 현실 중 하나는 생활 인프라의 부재다.
입주 초기에는 상가가 거의 비어 있어서 마트나 카페, 학원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
주변 상권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축의 장점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새것이라 쾌적하고, 조명, 난방, 가전이 스마트폰으로 제어되는 시스템이라 덕분에 생활이 편리하다.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단지 안에서 해결되는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다.
살다 보니 왜 사람들이 신축을 선호하는지 이해가 갔다.
입주 초반에는 신경 쓸 게 너무 많았다.
새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은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반반의 상태다.
신축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성되는 집이다.
하자가 정리되고, 상가가 들어서고, 이웃 간 관계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진짜 '내 집'이라는 느낌이 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