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햄버거

2025.5.28

by ZONI

간절한 꿈을 가진 지 어느덧 삼 일이다. 삼 일 전, 내가 인천공항에 있었다는 것이 아직도 얼떨떨하다.

그 경험은 내게 살아갈 이유와 원천이 되었고, 매일 하루를 공항 교신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제는, 인생에서 꼽을 최악의 날 중 하나였다.


어제도 역시 전날 밤부터 듣던 공항 교신을 틀고 이어폰을 낀 채로 학교에 가고 있었다.

아침 7시 반에 출근길 대중교통을 타야 하는 극한의 상황이었지만 그마저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아침 9시, 학교에 도착하여 계절학기 수강신청을 모두 실패했지만 그것마저도 괜찮았다.

아침 10시, 메일을 드렸던, 나의 우상과도 같은 b777 기장님께 답신이 와 이 날이 최고의 날이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overthinking 하는 머리가 돌아가더니 기어코 나의 원대한 '칵핏에 앉기' 플랜에 문제점을 찾아냈다.

신체검사 항목 중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이것이 정말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수업 세 시간 내내 이에 대해서 인터넷 서칭을 하면 할수록 좌절감이 들었다. 병원 블로그니 카페 커뮤니티니 여러 군데를 찾아보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하였으나 분명 이것은 크리티컬한 요소가 될 것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건물 구석에서 인생 최대의 좌절감을 겪었다.

숨이 막히고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가까스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계속해서 똑같은 페이지를 들여다보는 것이 최대였다. 그 전날 네 시간을 잔 상태라 매우 피곤했지만 눕고 싶지도 않았다.


그때, 어떤 남성분이 햄버거가 잔뜩 든 상자를 들고 오시더니 "햄버거 드실래요?" 하시면서 맘스터치 햄버거를 내미셨다.

이건 무슨 산타도 아니고. 보아하니 주문이 잘못되었거나 남는 햄버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또 다른 의미에서 인생에서 손에 꼽을 독특한 경험을 한 것이 왜인지 웃겼다. 뭔가 성냥팔이 소녀의 구세주, 그런 뉘앙스였던 것 같기도 하고.

일단은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햄버거를 받았다. 아무것도 못 먹을 정신과 몸 상태였는데도.


그렇게 햄버거 포장을 열거 꾸역꾸역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새우와 불고기 패티가 들어간 럭셔리한 햄버거였다. 실제로 맛도 있었다.

그러나 좌절과 고난과 비통함에 빠져있던 나는 궁상맞게 눈물을 참아가며 햄버거를 건초처럼 씹었다. 아마 옆 사람이 날 유심히 보고 있었다면 '정말 맛없게도 먹네' 생각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과 사무실에 문의했던 계절학기 증원마저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두 번째 수업도 여전히 좌절에 빠져 있었다. 아마 수능 성적표를 받았을 때와 거의 비슷한 레벨의 좌절이었다. 수능 때는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이 있어서 잘 해결되었지만 이 건도 그럴까?


집에 오는 길에 항공신체검사를 하는 곳에 들려 내 상황에 대해 상담받으려 했으나 또 꼭 참석해야 하는 학교 이벤트로 실패. 결국 거의 아홉 시가 되어서야 지친 심신으로 술을 사들고 집에 왔다.


지금에서야 조금 진정이 되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지만,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정말로.

오늘 두 군데 병원에 방문해 이에 대해 여쭤볼 생각이다. 냉면으로 해장도 했고.

만약 이 고비를 이겨내고 최종적으로 비행학교 입과를 하게 된다면, 그리고 파일럿이 된다면 이 날을 꼭 기억하라고 미래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네가 얼마나 간절했는지 절대 잊지 말라고 말이다.

언젠가는 이 일도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 세상 모든 신이시여, 절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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