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마지막 밤
6월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퇴사하고 한 달이 지났고, 나름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문득문득, 백수라는 사실을 실감하고는 있다.
나는 백색소음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예전에는 라디오를 들었고, 언젠가부터는 안 쓰는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작게 틀어놓고 잔다.
6월의 마지막 날 밤, 자려고 누워 눈을 감으니 유튜브에서 크리스마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몇 달만 지나면 또 겨울이 오겠구나'
한 여름만큼이나 더위가 성급하게 찾아온 6월의 마지막 밤.
흘러나오는 크리스마스 음악에 겨울을 떠올리니 불현듯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왔다.
일할 때는 계절과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음악을 들으며 일할 정도로 좋아하는 겨울 음악이었는데...
'또 한 살을 먹겠구나'
퇴사한 삶에서 오는 불투명한 미래,
나이 들어감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함 때문이겠지.
예전 같았으면
'에이 몰라. 내일 출근해야 해 자자.'
하며 그냥 넘겼을 텐데,
왠지 모르는 오묘한 기분이 드는 밤이었다.
자꾸 비교하게 된다
예전의 나의 감정과 지금의 감정을, 그리고 기분을.
그리고 실감한다,
백수가 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