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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일기 8편 : 백수일기

서촌, 교보문고, 그리고 무더위

7월은 백수의 삶에 적응하며 루틴을 만들고,

주변을 환기하고, 나를 정리하면서 보내고 싶었다.


여행 온 사람처럼 가보고 싶었던 동네도 종일 거닐어 보고,

카페에서 카공족처럼 여유도 즐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서촌에 갔다.

가보고 싶던 카페도 가고, 전시도 하나 보고, 서점도 들러서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자 계획했다.

그렇게 이른 아침, 서촌으로 향했다.


시위 때문에 경찰차가 줄지어 있었지만

카페에 가서 만족스러운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곧장 전시를 보러 갔다.

보고 싶어서 선택한 전시여서 재미있었고,

원래 MD샵에서는 구경만 하고 구매는 잘 안 하는데 마그넷, 책갈피, 스티커까지 구매하고 나왔다.


그런데...


너무 더웠다.

여행자처럼 차 없이 나왔고,

백팩에 물도 챙기고 목에 모자도 걸고 손발이 편하게 나왔더랬다.



“하아, 피부과 끊었는데.... 햇볕은 피해야 해” 벙거지 모자를 눌러썼다.

2년 전 서촌에서 1박 2일을 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좀 더 여유롭게 동네를 둘러보고 싶었다.



“아 너무 덥다..."

"저번에 왔었잖아(맞아 맞아)..."

"아, 여기 어제 인터넷에서 본 카페네 거기네 거기..."

"아!! 이 골목 왔었지... 크로켓 사 먹었었지 맞네 맞네..."


"그냥 서점에 가자!!”


마침 골목 끝에 버스정류장이 있었다.

아침을 과하게 먹었나, 배 부른 느낌이 영 안 좋은 게 컨디션도 급 나빠졌다.

“서점에 스벅 있던데.... 거기 가서 좀 쉬자”





광화문 교보문고에 도착.

“와 씨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스벅으로 직행,

자리가 없다는 걸 직감했지만 꼼꼼히 돌며 자리를 스캔했다.


"아, 저 벽면자리 되게 좋네"

앉기만 하면 좋을 자리들이 눈에 띄었지만 전부 만석.


“아이... 힘든데... 앉고 싶다.ㅠㅠ”


커피고 뭐고 일단 앉고 싶어서 서점 안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책과 사람뿐.

“아니 왜 다 회사를 안 갔지? 휴가인가?”


바닥에 앉아 책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아... 나도 바닥에 앉을까... 근데 난 책 안 볼 건데...”



“아ㅜㅜ 반만 먹을걸... 배불렀는데 괜히 다 먹었나 봐..”

비 맞은 중처럼 중얼대며 헤매고 있는데 눈앞에 긴 테이블이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앉을자리는 없었... 는데 바로 그때!!!

앞에 한 분이 일어섰고, 나는... 앉았다.


"휴 ㅠㅠ 편하다..."


배불러 불편해진 몸, 길진 않았지만 무더위에 쳐진 몸.


“와 씨 낮에 나오면 나 빼고 다 노는구먼!! 나 일할 때 다들 놀고 있었어..."


계획을 바꿔야겠다.

더울 땐 집이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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