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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일기 9편 : 백수 일상

무념무상 무기력한 하루하루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들 한다.
파워 J로서 계획은 잘 짜지만 실행력이 부족한 나.

그래도 얼마 만에 맞이한 자유였고, 앞으로의 길고 긴 삶을 위해 무작정 쉬고 싶지는 않았다.


퇴사는 했지만 6월은 반쯤 재택처럼 보냈기 때문에
7월은 운동도 하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배우면서 자유로움 속에서 규칙적인 일상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도 2주는 잘 해내고 있었다.
책 읽기도 시작했고, 운동 경험이 전무하다 보니 체험 운동도 2주 차까지 완료하고 강사 선택 후 정식 등록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전 직장 동료들을 만나 한 잔, 퇴사했다고 찾아온 지인과 또 한 잔.
그 뒤 하루이틀 숙취로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 보니, 어느새 나는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있었다.


약속이 있든, 목적이 있는 외출이든,
출근 이외엔 애초에 현관문 통과가 어려운 나에게 한번 눕힌 몸을 다시 일으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젠 출근도 안 하니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누워 있어도 된다는 명분만 가득했다.

‘아니, 이 정도 널브러져 있어도 되지 않나? 나 이제 제대로 쉬는 건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잠드는 시간도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어느 날은 해 뜨는 걸 보며 잠들기도 했다.
일어나는 시간은 자연히 늦어지고,
나는 그렇게 완전히 백수가 되었다.


시간은 또 왜 이렇게 빠르게 흘러가는지.
11시만 넘어서 일어나도 하루가 다 간 것 같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밥을 먹고,
핸드폰을 좀 하다 보면 어느덧 서너 시.
하루가 다 갔네, 싶은 마음에 죄책감이 밀려와 러닝머신 한 시간 걷고, 씻고, 밥 먹고 나면 여덟, 아홉 시.


회사 다닐 땐 그렇게 멈춰 있는 것만 같던 시간이 지금은 미친 듯이 흐른다.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에 순간순간 노트북을 열어보지만
매번 소득 없이 쳐다보다가 그냥 닫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계획을 짜봐야지.

내일... 아니... 8월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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