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라는 이름의 가속 페달

이것은 토론이 아니라, 통보다

by 이땃쥐

정확히 오전 10시. 기준은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창의 부화팀’의 문을 열었다.

어제 그가 보냈던 간결한 메시지는 그의 방문 목적을 명확히 했지만, 사무실의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공간은 미지근한 온기와 나른한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고,

‘흐물흐물한 존재들’은 각자의 둥지 같은 빈백 소파에서 느릿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기준의 등 뒤로 그의 팀원이 휴대용 프로젝터와 스크린을 설치하는 동안,

박하준 팀장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오전부터 바쁘실 텐데, 이런 누추한 곳까지 직접 오셨군요.”


기준은 그의 인사를 가볍게 무시하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공간의 나른한 공기를 칼날처럼 베어냈다.


“지금부터 ‘창의 부화팀’의 업무 프로세스 개선 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준이 손짓하자, 하얀 스크린에 차가운 푸른빛의 그래프와 데이터가 떠올랐다.

거기에는 지난 3개월간 ‘창의 부화팀’의 성과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KPI 달성률 0%, 정량적 성과 없음, 예측 불가능한 업무 소요 시간.

모든 데이터는 단 하나의 결론을 가리키고 있었다.


‘측정 불가, 통제 불가, 가치 전무.’


“데이터가 보여주듯, 현재 ‘창의 부화팀’은 시스템 내에서 아무런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와 같습니다. 이제 이 비효율을 제거하고, 새로운 프로토콜을 도입하겠습니다.”


그가 발표한 ‘창의적 최적화 프로토콜’의 내용은 간단했다.

첫째, 모든 아이디어는 시장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야 한다.

둘째, 아이디어 구상 시간은 오전과 오후, 각각 30분으로 제한한다.

셋째, 모든 아이디어는 ‘잠재 가치 점수’로 평가되어 기준 미달 시 즉시 폐기된다.


발표가 끝나자 사무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때, 박하준 팀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팀장님, 창의성은 공장이 아닙니다. 정해진 시간에 부품을 넣는다고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씨앗을 심고, 햇볕과 물을 주며 자라나길 기다려야 하는 정원과도 같습니다. 지금 팀장님의 방식은… 정원에 콘크리트를 붓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단단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몇몇 흐물거리던 존재들도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기준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합리적인 반박에 기준의 머릿속에서는

어제 있었던 이사회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자네의 결정이 곧 회사의 결정일세.’


회장의 목소리, 모든 것을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임원들의 얼굴.

기준은 속으로 코웃음 쳤다. 저들은 아직 모른다.

이 자리는 토론이나 합의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기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차갑고 무거운 권위가 실려 있었다.


“박 팀장님. 저는 정원사가 아니라, 이 시스템의 외과 의사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정원은 이미 시스템 전체를 위협하는 종양으로 진단되었습니다.”


그는 박하준 팀장을 지나쳐, 겁에 질린 듯 미세하게 떨고 있는 ‘존재’들을 둘러보며 선언했다.


“이것은 제안이 아닙니다. 내일 오전 9시부로 적용될 명령입니다.”


기준은 말을 마친 뒤, 아무런 미련 없이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등 뒤로, 따뜻했던 인큐베이터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가속 페달은, 이제 그 무엇도 멈출 수 없는 속도로 그들을 덮치기 시작했다.